항우연, 美ㆍ英 이어 3번째 성공
태양광 에너지로 90분간 날아
통신 인프라ㆍ기상 관측 등 활용
2025년 시장규모 15억弗 예상

우리 손으로 만든 태양광 무인기가 구름보다 높은 18㎞ 이상의 고(高)고도 비행에 성공했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번째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고고도 무인기 시장을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교두보가 확보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EAV-3’가 지난 12일 고도 18.5㎞의 성층권에서 90분간 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고도 14.12㎞에 도달한 EAV-3는 이번엔 고도를 4㎞ 이상 더 높였다. 이에 따라 EAV-3는 성층권 비행에 성공한 세계 3번째 무인기로 기록됐다.

지난 12일 전남 고흥항공센터에서 이륙해 성층권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는 국산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EAV-3.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국산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EAV-3가 지난 12일 전남 고흥항공센터에서 성층권 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한 뒤 야간에 착륙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성층권은 바람이 약하고 구름이 없어 태양광을 동력으로 쓰는 무인기도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지상 관제사의 지시나 정해진 항로를 따를 필요도 없다. 이러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의 활용성에 일찌감치 눈을 뜬 구글과 페이스북은 최장 5년 동안 성층권에 머물며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태양광 무인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리카 등 통신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에 무인기를 이용한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이런 글로벌 기업의 계획이다.

그러나 구글의 무인기는 최근 시험비행 중 추락했고, 페이스북 무인기도 아직 저고도 비행에 그치고 있다. 항공 강국 미국에서도 에어로바이론먼트사가 만든 ‘헬리오스’가 2000년대 초반 고도 20㎞까지 올라가는 기록을 세웠지만 내려오던 중 추락한 뒤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다. 2014년 성층권에서 2주일 간 비행에 성공한 영국 키네틱사의 ‘제퍼’가 세계 유일의 고고도 장기체공 태양광 무인기다.

고고도 무인기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고도 18㎞ 위의 대기 밀도가 지상의 9% 수준에 불과한데다가 온도도 영하 70도 안팎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전자장비가 정상 작동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다.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도 성층권 아래와 비교하면 2배가 더 필요하다. 공기가 희박해 기체가 떠오를 만한 힘(양력)을 받으려면 프로펠러를 훨씬 빨리 돌려 속도를 높여야만 한다. 공기 밀도가 낮으면 기체가 유연해져 원격 제어도 더 어렵다. 항우연은 고고도 전용 프로펠러 설계와 에너지 운용, 비행 제어 기술 등을 개발, 이 같은 난관을 극복했다.

세계 3번째로 성층권 비행에 성공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EAV-3를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 항우연 제공
지난 12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EAV-3가 고도 18.5㎞ 상공에서 촬영한 전남 소록도 일대 전경. 항우연 제공

미국의 항공기시장 조사기관인 틸 그룹에 따르면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시장 규모는 2025년 15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일단 통신 분야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향후 지상 감시와 기상 관측 등에서도 고고도 무인기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태풍은 고도 10㎞까지의 대류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 위로 올라가면 ‘태풍의 눈’도 바로 내려다볼 수 있다. 성층권 위에 뜬 채 국경을 감시하고, 재난 감시용 영상을 상시 확보할 수도 있다. 이는 같은 지역을 하루에 2, 3번밖에 못 찍는 인공위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고고도 무인기 시장 선점을 위해선 태양전지 효율과 배터리 성능 향상 등으로 체공시간을 늘리는 게 급선무다. 이융교 항우연 항공기술연구단 공력성능연구팀장은 “정교한 장비를 실어 실용성 높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비행 경험을 많이 축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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