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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지침은 지금도 우리 곁을 맴도는 유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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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지침은 지금도 우리 곁을 맴도는 유령입니다"

입력
2016.08.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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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숙명여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가 언론통제 현실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4일 서울 숙명여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가 언론통제 현실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세미나서

‘이정현 녹취록’ 등 언론통제 비판

“보도지침은 유령입니다.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주변을 끈질기게 떠돌고 있는 유령이요.”

보도지침을 폭로할 당시 돌쟁이던 첫째가 서른 살 청년이 됐으니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바뀐 정권만 여섯 차례. 분명 뭔가 달라졌어야 하고 더 나아졌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1986년 9월 당시 한국일보 기자였던 김주언(62) 전 KBS 이사가 월간지 ‘말’ 특집호에 정권의 언론통제 실상을 폭로한 일명 ‘보도지침 사건’ 당시와 비교해 국내 언론자유는 크게 진전하지 않았다는 게 김 전 이사의 진단이다.

24일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주최해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보도지침 폭로 30주년 기념 세미나: 한국의 언론통제와 언론 자유, 30년의 역사를 짚다’에 참석한 김 전 이사는 “최근 공영방송 KBS에 대한 청와대의 신(新)보도지침 사건을 목격하면서 과거로 퇴행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는 지난 6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권력의 언론통제 실상을 30년 만에 또 다시 폭로하는 데 역할을 했다. KBS 이사 시절(2012~2015년) 김 전 국장과 맺은 인연을 계기로 육성파일 및 녹취록을 공개하도록 설득한 사람이 바로 김 전 이사다.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에 대해 “홍보수석 본연의 업무”라고 해명하던 청와대 입장을 가리켜 그는 “30년 전 전두환 정권이 내세운 논리와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보도지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공소장에 “언론협조사항은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이 통상 국가적 기밀사항에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언론보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협조 요청하는 경우 언론사는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해 보도에 참고하는 것이 국내외 언론계의 관행”이라고 적었다.

김 전 이사는 “오늘날에는 보도지침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끌려가 고문을 받지 않는다는 점만 달라졌을 뿐, 일자리를 잃는 등 불이익이 주어지는 것은 30년 전과 별로 다를 게 없다”며 “청와대가 협조 요청이라는 명분으로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똑같다”고 강조했다.

권력의 압력에 자발적으로 굴종하는 일부 언론의 모습도 그 때와 다를 게 없다. 김 전 이사는 “과거에 보도지침에 항의하는 기자에게 데스크는 ‘몰라서 묻냐’고 했다면 최근에는 ‘알면서 왜 그래’라고 말한다는 우스개가 있다”며 “권력의 통제에 ‘알아서 기는’ 언론의 위축된 자세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보도지침 폭로 후 김 전 이사는 국가보안법, 국가모독죄 등으로 구속됐다가 이듬해 1987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는 데는 무려 9년이 걸렸다. 그 사이 조영래, 황인철 등 함께 싸웠던 인권변호사들이 세상을 떠났다.

김 전 이사는 “보도지침 폭로는 현직 언론인은 물론 재야단체, 세계 인권단체 등의 협동으로 이뤄낸 민주주의 역사”라며 “30년이 지난 지금 당시로 후퇴한 언론의 상황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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