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당초 약속 번복 논란
22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 도로변에서 주민들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배치할 제3후보지를 선정하는 민관군 협의체는 끝내 무산될 전망이다. 군사기밀 유출과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사업 좌초를 우려한 것이지만,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국방부의 약속을 깨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지역주민은 국방부가 여론을 수렴하는 대상이지 협의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주민이 아니라 해당 지자체인 경북 성주군, 김천시와 논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를 놓고 지역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있는 만큼, 협의체에 주민이 참여할 경우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드 배치에 필요한 토지 수용 등의 절차는 주민이 아니라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부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군사 기밀을 다룬다는 점도 주민 참여의 걸림돌이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사드 포대를 새로 설계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정도로 군사적 전문성이 필요하고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드는 특급 비밀 무기인데 이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무기 배치를 지역주민과 합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유력한 제3후보지로 거론되는 성주골프장과 인접한 김천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국방부는 2007년 제주 해군기지 조성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군 당국은 주민과의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제주도민 전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음에도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기지를 완성하는 데 9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정부 소식통은 “사드 배치는 국방부가 지역 민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제주 해군기지 때보다 여건이 더 열악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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