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잘 맞힌다”던 기상청, 장마 이어 폭염 예보 번번이 빗나가

조만간 꺾인다더니…

예보했던 14일, 22일 더위 여전

19일엔 “무더위 지속” 정정보도

북태평양 고기압 예상보다 강해

기상청 “기상 이변 영향” 변명만

전문가들 “기상청 실책”

오래 전부터 지구 기후변화 예상

“폭염 전문 예보관 육성 등 필요”

서울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공원에서 시민들이 나무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직장인 박모(32)씨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무더위에 만사가 피곤하다. 더위보다 열불이 나게 만드는 건 기상청이다. “조만간 한 풀 꺾인다”던 폭염 예보가 며칠 째 번번이 빗나가고 있기 때문. 주말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만 믿고 출근한 22일도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6.3도였다. 그는 “차라리 이달 내내 덥다고 했으면 마음을 단단히 먹었을 텐데, 희망고문을 당하는 하루하루가 지친다”고 말했다. 비단 박씨만의 불평은 아니다.

기상청 폭염 예보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를 태세다. 더위가 누그러진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땡볕더위가 계속되는 탓이다. 지난 장마철 예보 실패 이후 “장마는 틀려도 기온 예보는 상대적으로 정확하다”던 기상청이 잇단 폭염 오보로 불신을 자초한 꼴이다.

더위가 꺾인다는 전망이 슬그머니 등장한 건 11일이다. 이날 기상청은 “14일까지 더위가 절정을 이루고, 앞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지역이 줄어들겠다”고 예상했다. 당시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의 주범인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광복절 이후 약화하면서 기온이 점차 떨어지겠다”고 내다봤다.

실제 11일 36.4도였던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4일 31.8도까지 떨어지며 더위가 물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광복절이 되자 전날보다 2.2도가 오르더니, 18일에는 34.3도까지 상승했다. 결국 기상청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무더위가 당분간 이어지겠다”고 정정하기에 이른다.

폭염 전망은 기본적으로 10일 치 중기예보를 통해 가늠한다. 모레 치를 예상하는 단기예보보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러나 기상청은 “좁은 국토에 내리는 비를 맞히는 건 어렵지만 변화가 더딘 기온 예보는 상대적으로 정확하다”고 누누이 자신했다. 다시 말해 움직임을 종잡을 수 없는 비구름을 추적하는 일은 힘들지만, 기온에 영향을 주는 기압은 비구름보다 면적이 크고 움직임도 둔해 예측이 보다 쉽다는 얘기다.

그러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기상청의 중기예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18일 중기예보는 22일 서울의 최저기온이 24도 이하로 내려가 열대야가 사라질 것으로 봤지만, 실제 이날 최저기온은 25.8도를 기록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29도까지 떨어지는 시점도 18일에는 26일 전후로 예상했지만, 22일이 되자 30일로 슬그머니 늦춰졌다.

현재 폭염은 크게 2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우선 한반도 동쪽에 있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상보다 늦게까지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본래 8월 중순이면 세력이 약해져 한반도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2도 높아 북태평양고기압이 활성화했다”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는 서쪽지방에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 내륙의 고기압이다. 8월 초부터 중국 내부에서 달궈진 공기 층이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중국 발 열기마저도 평소보다 기간이 길어 기상 이변이라는 것이 기상청의 해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전 지구적으로 기후 변화가 예상돼왔던 만큼 새로운 기후에 대해 예보 모델을 수립하지 못한 기상청의 실책이라고 지적한다. 손병주 한국기상학회장은 “슈퍼컴퓨터 등 최첨단장비 도입도 필요하지만 장마나 폭염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예보관을 육성하고, 과거 30년 통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재의 날씨를 새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 오보에 대한 불만이 거센 가운데 기상청은 폭염이 26일 주춤할 것으로 다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주말 무렵에는 중국 북부와 러시아 지역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가열된 대기가 순환하고, 북태평양고기압도 약화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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