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119 출동건수 지난해보다 75%나 늘어
지난달 경북 안동시ㆍ영양군서 벌에 쏘여 2명 사망
상비약으로 항히스타민제 휴대하고 쏘이면 즉시 병원 가야
등검은말벌 장수말벌 꿀벌(왼쪽부터).

폭염 불청객 말벌이 기승이다. 벌 및 벌집퇴치를 위해 119 출동이 급증하고, 지난달 경북에서만 2명이 벌에 쏘여 숨지는 등 본격적인 벌초시즌을 앞두고 말벌 비상령이 내렸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벌 퇴치 및 벌집제거 출동건수는 5,29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13건 보다 75%나 늘었다.

인명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경북 안동시와 영양군에서는 벌에 쏘여 2명이 숨졌다. 지난 6일에는 경주 남산에서 등산객이 말벌에 쏘여 소방헬기가 출동, 긴급후송하는 등 올 들어 경북지역에서 구급차로 후송한 벌쏘임 환자만 339명에 이른다.

경산ㆍ청도지역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벌집제거 등을 위해 448건이나 출동했고, 15명이 벌에 쏘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출동건수 190건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는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7월까지 출동건수는 4만3,8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7,729건보다 58% 늘었다. 특히 7월 한 달만 놓고 보면 3만1,261건으로 지난해 1만8,010건보다 74%나 증가했다.

곤충전문가들에 따르면 말벌은 무더위가 심해지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해 8, 9월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다. 올해는 비가 적고 기온이 높은 등 말벌생육 환경이 좋아져 어느 해보다 말벌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염으로 대부분의 가정이 벌초를 미루다가 기온이 다소 떨어진 이번 주말부터 많이 나설 것으로 보여 말벌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2003년 부산에서 발견된 등검은말벌이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확산, 주의가 요구된다. 독성으로 따지면 황소도 죽일 수 있는 토종 장수말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꿀벌과 비교하면 120배 이상 강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장수말벌 보다 개체수가 월등히 많아 위협적이다.

이모(51ㆍ회사원)씨는 “농촌 출신으로 나름 벌에 면역이 있다고 여겼는데 등검은말벌에 쏘이니 숨이 답답하고 하늘이 노래지는 게 ‘이러다가 정말 죽는 게 아닌가’ 겁이 났다”며 “높은 나뭇가지에 지은 말벌집은 모르지만 땅속이나 구덩이 같은 곳에 지은 것은 잘 살피지 않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폭염으로 말벌이 급증한 반면 간소한 복장으로 야외활동에 나서는 사람이 늘면서 벌쏘임 환자가 는 것으로 보인다”며 “본격적인 벌초시기를 맞아 산소 주변에 말벌집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말벌에 쏘였을 경우 신속히 병원에 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쏘인 부위에 침이 남아 있으면 거의 꿀벌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없을 경우 말벌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등검은말벌 같은 경우 여러 사람이 함께 있어도 첫 공격대상자만 집중적으로 따라다니며 얼굴 귀 팔 머리 등을 집중적으로 쏘는 경향이 있고, 웬만한 옷은 침이 그대로 뚫고 들어간다. 이 때문에 벌레에 민감한 체질이라고 생각되면 상비약으로 항히스타민제를 휴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항히스타민제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상비약만 믿고 방심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전문의들은 “벌초는 대개 일반 개업의들이 휴진하는 공휴일이나 주말에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항히스타민제로 해결할 수도 있고 병원까지 가는 시간을 벌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것만 믿고 치료를 소홀히 하면 심각해질 수도 있는 만큼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말벌에 한두 번 쏘였으니 면역이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쇼크로 되레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재봉 경북소방본부장은 “폭염에 따른 벌들의 활동이 증가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벌집을 발견하면 섣불리 제거하거나 자극하지 말고 필요하면 119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최규열기자 e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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