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 도로변에서 주민들이 사드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플래카드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김천=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 주민들이 22일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김항곤 성주군수의 '제3 후보지 검토 제안'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성주=최홍국기자 hkchoi@hankookilbo.com

“사드배치는 성주, 전자파는 김천이 뒤집어쓰는 넌센스가 웬말이냐.” “차라리 김천 북쪽이나 추풍령에 사드를 배치해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평화롭던 이웃 지자체 주민들을 갈라놓는 민민(民 民)갈등 양상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22일 국방부에 사드 제3 후보지 검토를 공식 제안하면서 인근 김천 주민들이 촛불집회에 돌입하고 투쟁조직을 정비하는 등 불똥이 튀고 있다.

이날 오후 김천시 농소면. 최근 성주 제3 후보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초전면 롯데스카이힐성주CC 북쪽의 농소면에는 ‘김천시에 사드 올 곳 없다’, ‘사드 들어오면 자폭하자’ 등 섬뜩한 플래카드 수십장이 내걸려 있었다.

농소면 노곡리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금신일(74)씨는 “사드는 성주에 들어오는데 피해는 김천이 다보게 됐다”며 “평생 생업인 농사를 포기하더라도 사드 반대에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천사드배치반대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골프장이 제3 후보지가 될 경우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위험반경으로 알려진 반경 5.5㎞ 안에 농소면과 남면 1,000여가구 2,100여명의 주민이 영향권에 노출되고, 7.5㎞ 떨어진 김천혁신도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김천 비대위는 “김항곤 성주군수와 새누리당 이완영(칠곡ㆍ고령ㆍ성주) 의원 등이 제3 후보지를 김천 인근으로 배치토록 기획한 인물”이라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위현복 김천 비대위원장은 “만약 골프장이 사드 배치장소로 결정되면 김천 농소면과 성주 초전면을 잇는 도로를 막아버리겠다”며 “김천에 피해를 입히는 성주와는 교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천 비대위는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와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단칼에 부인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제3 후보지 검토 안에 대해 참석자 33명 중 23명이 찬성하고 1명만 반대한 투쟁위와는 같이 갈 수 없다”며 “한반도 사드 반대를 외치는 성주 단체가 연대를 희망했지만 성주 안에서도 막지 못하면서 무슨 연대냐”고 성토했다.

김천시와 의회 차원에서도 성주골프장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지난 19일 김천시청에서 지역 기관 단체장 150여명과 함께 사드배치 저지를 위한 긴급회의를 연 박보생 김천시장은 “14만 김천시민이 나서서 반드시 성주CC 사드배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낙호 김천시의회 의장도 “사드피해와 관련, 성주는 안되고 김천은 된다는 것은 정부의 억지”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오후 8시 농소면사무소 앞에서는 김천 주민 수백여명이 참가한 사드반대 촛불집회가 열리는 등 제3 후보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비해 성주 주민들은 한달여 끌어온 사드 문제가 해결책을 찾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투쟁위는 이날 김 군수의 제3 후보지 검토 제안 후 매일 열던 정례회의도 열지 않는 등 활동이 수그러들고 있다.

하지만 이날 성주군청에는 사드 반대를 외치는 주민 50여명이 김 군수의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군수실을 가로막고, 군수를 성토하는 등 진통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투쟁위 이수인 기획운영분과 기획팀장은 “김 군수 기자회견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처럼 긴급한 사안이 발생했는데 왜 회의를 하지 않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천 사드배치반대 비상대책위는 24일 김천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사드배치 반대 시위를 열 계획이어서 김천과 성주 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성주=최홍국기자 hkchoi@hankookilbo.com 김천=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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