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중(36)

맛은 혀뿐만 아니라 식사 장소의 공기와 환경, 분위기의 기록이다. 음식은 여행의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중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혹은 여행 중이라면 꼭 맛봐야 할 5가지 별미를 소개한다.

① 카레인가 짜장인가? 멕시코의 몰레(Mole)
몰레는 고대어로 ‘믹스(mix)’, 인디오 언어로 ‘소스’란 의미다. 오아하카 몰레에는 30개 이상 재료가 예술적으로 섞이기도 한다.
오아하카 몰레엔 소스로 만들기 어렵다는 호야 산타(hoja santa)와 다크 초콜릿이 첨가된다.
몰레에 들어가는 초콜릿을 모아놓은 전문 매장, 몰레 마요르도모(Mole Mayordomo)

중남미 식도락 여행지로는 멕시코가 단연 으뜸이다. 삼 시 세끼를 타코로 연명해도 늘 포족하다. 몰레(Mole)는 보는 순간 짜장이나 카레를 떠올리게 된다. 메인 재료가 헤엄친다 싶을 정도로 소스가 과도하게 풍부한 덮밥이다.

몰레의 종류와 요리법만 해도 책 한 권 쓸 정도이고, 각 소스에 첨가된 재료는 최소 20가지 이상이다. 몰레 요리가 유명한 3곳은 푸에블라, 오아하카, 틀락스칼라 지역. 오아하카 몰레는 검붉은색, 누런 색, 연두색 등 색깔만도 7가지나 되는데, 그 중에서도 몰레 네그로(mole negro)가 대표적이다. 쓴맛과 단맛, 신맛, 매운맛, 짠맛의 오미(五味)가 묘한 균형을 이룬다. 남은 소스는 토르티야로 박박 긁어먹게 되다. 단 식사 후 이를 드러내고 웃진 말 것.

② 호떡 무늬 전병, 엘살바도르의 푸푸사(pupusa)
푸푸사는 살짝 탄 튀김 옷이 포인트. 바삭바삭한 겉감 안에 든 속 재료의 뜨거운 즙이 혀를 마비시킨다.
푸푸사 식당의 반죽 솜씨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는 산해진미. 손가락으로 찍기 기술을 발휘할 것. “이거, 이거 주세요.”

중남미에선 식사 대용 간식의 활약이 눈부시다. 멕시코의 타코와 고르디타스(Gorditas), 볼리비아의 살테냐(saltena) 등 현지식 패스트푸드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싸고 맛있고 배부르다. 엘살바도르에선 푸푸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대부분 팔심 좋은 빅마마가 반죽을 맡는다. 동그랗게 말아 철판에 투수처럼 내던진다. 모양은 호떡이요, 두께는 피자이며, 맛은 전병에 가깝다. 일단 치즈와 돼지고기, 콩이 섞인 푸푸사 레부엘타(Pupusa revuelta)로 초보 딱지를 떼볼 것. 함께 나오는 식초에 절인 각종 야채를 얹어 우물우물 씹는다. 겹겹이 쌓인 푸푸사를 하나씩 ‘클리어’하는 잔재미도 있다.

③탱글탱글 시큼한 해산물, 페루의 세비체(Ceviche)
치클라요의 모델로 시장 안의 세비체 식당. 세상물정 모르는 듯 퍼주는 엄마의 손맛.
문어와 전복, 인디안 옥수수(hominy) 위로 생선 튀김이 척! 그림 같은 한 그릇.

정통 페루식 세비체는 공기가 요리한다. 농어나 문어 등 신선한 해산물을 골라 라임 즙과 양파, 고추와 후추, 소금에 절이는 것까지가 셰프의 몫이다. 그리고 상온에서 최소 3시간을 숙성시킨 후 테이블로 나온다. 페루의 공기까지 함유한 특수식을 먹는 셈이다. 탱글탱글한 생선살이 시큼한 라임과 함께 입안에서 춤추는 맛이다. 부록으로 생선 튀김을 얹기도 한다. 튀김은 갓 요리해서 먹어야 제 맛이란 고정관념과는 이별이다. 숟가락에 탱탱한 해산물과 부드러운 튀김을 쌓아 한 입! 눈물 난다.

④중독성 강한 고열량 스테이크, 볼리비아의 피케 마초(Pique Macho)
고기와 프랑크소시지, 토마토, 양파, 치즈, 피망, 감자튀김, 계란… 비빌수록 또 다른 재료가 튀어나오는 볼리비아식 찹스테이크.
보기에 좋지 않은 떡이 중독성 있다. 식당마다 소스 맛이 제법 차이 나지만, 난감한 비주얼은 매한가지.
깡촌 상점에서도 살 수 있는 콜버그(Kohlberg) 레드 와인. 텁텁한 피케 마초를 산뜻하게 마무리해준다.

첫인상이 나쁘다. 고기 및 소시지, 각종 야채와 치즈 위로 기름진 소스까지 촌스럽게 뿌려진 비주얼이라니! 버무릴 때까지도 의심스러운데, 한 번 맛보면 놀라고 두 번 맛보면 그릇을 다 비울 거란 걸 직감한다. 짭짤하게 잘 볶인 각종 재료가 핵심이다. 엄마 손 건강식만 먹던 아이가 더블 패티 버거를 먹었을 때의 황홀감이랄까. 중독성이 강하다. 볼리비아산 레드 와인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단, 식사 후 동네 두 바퀴쯤 돌아야 더부룩한 배가 안정을 찾는다.

⑤코코넛에 빠진 바다, 과테말라의 타파도(Tapado)
코코넛 밀크의 혁신. 각종 해산물과 허브의 어울림이 이열치열의 건강식을 만든다.
가리푸나족 주민들이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다.

과테말라의 음식은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카리브 해의 후예, 가리푸나(Garifuna)족의 ‘타파도’가 그 부실함을 커버한다. 과테말라 동쪽 리빙스턴에 배 타고 가야 맛볼 수 있다. 타파도는 한마디로 해산물 수프. 타파도가 특별한 이유는 달콤한 코코넛 수프에 바다의 산물이 모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먹는 데만 1시간이다. 조심스럽게 생선 뼈를 발라내고, 조갯살을 후루룩 흡입하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걸쭉하고 농축된 국물은 수프라기보다 찌개에 가깝다. 송글송글 맺힌 땀이 등줄기까지 흐를 때면 “아, 소주 한 잔 곁들이고 싶다” 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가리푸나(가리푸나 어로 ‘감사합니다’란 뜻)!”

강미승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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