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북 성주군의회 회의실에서 성주사드투쟁위가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제3후보지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의 개입으로 회의가 파행했다. 연합뉴스

사드의 성주 배치가 발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많은 논평과 토론에서 이미 지적되었듯이 이번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사전에 설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점이 문제였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아직도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문제는 국가 안보에 관한 결정에서 어느 정도가 사전에 협의가 가능한가의 문제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민주주의가 효율적인 외교정책과 전략 수행에 그리 긍정적이지만 않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민주주의가 절차적 함정에 빠져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과도한 논쟁 과정에서 국가의 비밀이 새어나가면 결국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어서 시대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붙들고 늘어질 명제는 아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한계점은 그리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가깝게는 냉전체제에서 민주주의 미국과 전체주의 소련 간의 경쟁 에서도 많이 지적되었다.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였던 소련이 미국보다 일사불란하게 정책을 집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월남전에서 헤어나지 못해 극심한 분열을 겪었지만 점차 회복할 수 있었던 반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소련 붕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월남전에 대한 반전 여론은 결국 미국으로 하여금 협상 전략의 채택하게 했지만 소련의 경우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성주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 논쟁에서 아직도 이런 냉전적 상황 논리를 금과옥조처럼 집착하고 있는 논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원칙 아닌 원칙에 집착하는 한 주민들과의 사전논의는 아예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원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와도 맞지 않는다.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IT 활용 정책이 사회 전체와 정치 과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냉전 시대와 전혀 다른 고도의 정보기술을 갖춘 한국의 경우 어느 정도의 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성주 군민들이 자기들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 하에 정책을 수립했어야 한다. 이번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21세기 정보사회에서 해묵은 냉전적 사고를 적용한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사회와 민주사회의 대외정책적 가치를 최대화하는 일은 국가 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정보 공유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민주주의의 장점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정책적 함의는 물론 한편 민주주의의 대외적 가치를 스스로 훼손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 측은 한국 민주주의의 불완전성을 최대한 이용했다. 정부가 국회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대상 지역 주민과 상당 기간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했다면 중국 측을 설득하거나 중국 측의 압력을 견디는 데 훨씬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사드 사태는 정책 당국자들 자신들이 대외적 위협에 대항해 내세운 정책이 대내적 분열을 초래해 얼마나 국익을 해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이제라도 한국사회가 정보사회이며 민주주의라는 사실이 대외정책 수립에 막연히 부정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의 장점을 최대화해야 한다. 중국과 같이 아직 민주주의가 머나먼 체제에 대해 민주주의가 가져오는 장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분열처럼 보이지만 일단 합의된 정책이 사회 전체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대외적으로 최대의 협상 카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낡은 안보관 수정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하용출 미국 워싱턴대 잭슨스쿨 한국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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