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PYH2016081912800001300] 사드 관련 미 육군참모총장 방한 규탄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회원등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사드 배치 문제 등을 점검하기 위해 방한한 마크 밀리 미 육군 참모총장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6.8.19 leesh@yna.co.kr/2016-08-19 13:37:33

한미 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뒤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를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제3차 세계대전 혹은 미국과 소련 간 핵전쟁 위험으로까지 치달았던 쿠바 사태와 유사하다며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당시 소련의 공격용 미사일과는 달리 사드는 방어용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사드를 둘러싼 논란과 50년도 훨씬 더 지난 쿠바 사태가 유사한지 여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시쳇말로 보고 싶은 쪽만 강조하다 보면 현재의 사드 찬반 논란에서 자연스럽게 한 축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두 가지 팩트(fact)는 있다. 당시 쿠바는 소련 미사일의 배치를 미국의 잇따른 침공 시도에 따른 자구책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 같은 해명을 단칼에 거부했다. 냉전 상대국인 소련이 자신들의 턱 밑에 있는 쿠바를 전진기지 삼아 자신들의 심장을 겨냥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논란에서 쿠바 사태를 떠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이 그토록 민감해하고 강력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1962년 쿠바 사태 당시 미국의 논리와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사드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일환으로 판단하고 있다. ‘패권 경쟁국인 미국이 자신들의 턱 밑에 있는 한국을 전진기지 삼아 자신들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라는 한미 양국의 설명은 중국에게 별무소득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으로 꼽히는 쿠바 사태는 결국 미국과 소련의 정치적ㆍ전략적 타협으로 마무리됐다. 겉으로는 전쟁 불사까지 거론하며 초강수를 둔 미국의 승리로 보이지만 실상은 비밀협상을 통해 양측이 각자 얻을 건 얻고 내줄 건 내준 결과였다. 소련은 13일간의 장고 끝에 쿠바행 선박을 회항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미국은 소련의 쿠바 불침공 요구를 공개적으로 수용했고 소련이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터키 미군기지 내 주피터 미사일 철수 요구에 대해서도 주미 소련 대사를 통해 이행을 약속했다.

사드 논란이 전개되는 와중에 쿠바 사태를 반추해보는 의미가 여기에 있다.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드를 둘러싼 지금의 갈등은 결국 미국과 중국 간 직접대화를 통해 풀릴 가능성이 높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결정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서 쿠바에겐 별다른 역할이 없었고, 이는 사드 문제에서 한국과 북한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이 국제사회의 냉혹하고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 사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이라도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최소한의 균형이 형성돼야 한다. 양국 사이에는 중국의 해양 진출과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전략이 맞부딪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비롯한 군사안보 현안들이 널려 있고,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포함한 경제ㆍ무역분야 현안도 부지기수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도 언제든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소재다. 사드를 고리로 삼든 아니면 사드가 다른 현안의 패키지가 되든 미중 양국의 물밑 협상 채널은 언제든 가동될 수 있고 이미 가동중일 수도 있다. 쿠바 사태 이후 미소 간에 핫라인이 설치됐던 전례를 생각하면 미중 간에는 더 나아간 화해모드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전략은 물론 정치적 판단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에 대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직전 불쑥 사드 배치 결정을 공표한 것을 포함해 미국과 가까워지는 그 이상으로 중국과는 멀어지는 듯한 모습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실제 배치 전까지라도 야당을 포함한 국내의 반대여론을 지렛대 삼아 어떤 식으로든 발언권을 높여야 할 텐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 방중 의원단을 ‘중국 편’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은 참으로 이해난망이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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