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장관이 17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 군민과의 간담회에서 제3후보지 검토를 공식화했다. 한 장관은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주민 요청에 “성주군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이 합의된 의견을 모으면 제3후보지 이전 검토에 착수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놓고 18일 열린 성주군민 토론회에서는 찬반 의견의 고성이 오가는 등 격론이 벌어졌다. 정부의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정책이 주민들의 분열과 갈등만 초래한 셈이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제3후보지와 관련해 “성주지역 내라면 군사적 효용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한미 공동실무단 시뮬레이션 결과, 특정 범위 내에만 있으면 성주든 성주 인접 지역이든 어디에 배치해도 군사적 효용성은 거의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진작에 현재 제3후보지로 거론되는 염속산과 까치산,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인근 부지 중에서 선정하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럽다. 이들 지역은 주민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고지대여서 전자파 피해 등의 문제가 없는 공통점이 있다.

성주 군민의 반발이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된 성산 포대가 읍내에서 불과 1.5㎞ 떨어져 전자파 피해 등 안전 우려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제3후보지 검토는 정부의 졸속 결정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군사적 효용성과 주민 안전, 중국의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주 포대를 최적지로 판단했다”는 설명도 미덥지 않게 됐다. 배치 시점을 미리 잡아놓고 그에 맞추기에 가장 편한 곳을 선정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제3후보지 검토는 주민 갈등의 씨앗만 뿌릴 뿐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성주 군민의 분열은 물론이고 제3 후보지의 하나인 골프장 부지에 인접한 김천시의 반발이 벌써 거세다. 김천시와 시의회가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주민들이 도로점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의 설익은 사드 배치 결정이 스스로 발등을 찍은 상황이다. 내년 말까지로 예정된 사드 배치 시점도 기약 없이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드를 직접 운용할 주한미군과의 협의, 비용과 부대조성 기간 등이 변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민 설득에 실패해 혼란을 자초했던 제주 해군기지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등 민주적 절차가 중요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오판은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