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 사드 실전배치 대선용 의심
이정현 대표 체제 목표 정권 재창출
개각과 우병우 거취 변화 기대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풀리지 않는 의문은 발표 시점과 배치 시기다. 오는 10월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로 예상됐던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시점이 돌연 앞당겨지는 바람에 당초 지역도 함께 발표하려던 계획이 엉클어졌다.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을 의식한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반면 내년 말로 발표된 사드 배치 시기는 한국 정부의 이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필이면 왜 대선이 치러지는 시기에 사드를 실전배치하기로 한 걸까. 지난 2월 한미 당국이 사드 협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내년 초에 배치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에 의문이 커진다.

사드와 같은 대형 안보이슈는 보수층 결집에 효과적이다. 여론조사에 나타나듯 보수층 상당수는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 대선이 임박해 사드가 들어오면 이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게 뻔하다. 야당의 반대가 거셀수록 청와대와 여당은 색깔론으로 노골적 편가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공세가 심해지면 ‘애국 대 매국’이라는 이분법으로 민족주의 감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정교하게 짜인 대선용 계획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은 지난 대선에서 안보이슈로 톡톡히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청와대와 여당, 국정원이 총출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며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래 놓고는 대선이 끝난 뒤에는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고 실토했다. 선거 공작을 벌였다고 자인한 셈이다. 없는 사실도 만들어내는 마당에 북핵 방어용이라는 명분을 가진 사드를 얼마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할지는 보나마나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이정현 신임 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시계는 진작부터 내년 대선에 맞춰져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체제 출범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이 대표 당선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세력의 압도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당대회 막판 ‘오더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비박 후보 단일화에 위기감을 느낀 친박 세력이 표를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개입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흙수저의 자수성가’는 포장용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을 실망시킬 리 없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많은 사람이 행복해하고 있다”고 말한 건 곧 “박 대통령이 행복해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 방식으로 제시한 ‘슈퍼스타K’ 방식은 의미심장하다. 모든 당내외 대권주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무제한 토론을 벌여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띄우기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박의 절대적 지원으로 승리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폭발적 관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을 주인공으로 한 ‘충청 대망론’에 영남 친박계의 뒷받침, 호남 당 대표는 정권 재창출의 최적 시나리오다. 이런 밑그림이 청와대와 친박계에서 그려졌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청와대의 관심이 오로지 대선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조만간 단행될 개각이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도 별 기대할 게 없을 듯하다. 호남출신이나 비박계 한 두 명을 장관으로 기용해 ‘탕평ㆍ균형 인사’ 모양새를 취하겠지만 호남에 대한 생색용 이상의 의미는 없다. 임기 말 대통령 권력 유지에 꼭 필요한 존재인 우 수석도 내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는 사정과 검찰 장악이 필수적인데 그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직하다.

임기를 1년 반 남긴 박 대통령의 최대 관심은 레임덕을 막고 정권을 재창출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여당을 장악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당분간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 대통령의 마이웨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심정이 편안할 리 없다. 역대 정권에서도 유례없는 레임덕 없는 대통령의 탄생을 맞이할 일만 남은 것인가.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