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번 여름을 나기가 유독 버겁다는 이야기가 많다. 작년에는 고작 나흘이었던 열대야가 올해는 서울 기준으로 광복절 무렵까지 무려 스무닷새에 이를 거라고 하니, 이번 더위가 유난스럽다고 느끼는 게 지금 당장의 어려움을 과장하곤 하는 인간의 간사한 마음 탓만은 아닌 듯하다.

작고한 신영복 선생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기는 겨울의 원시적 우정이 사라지고 자기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여름 징역살이의 괴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도시의 여름나기에서도 옆에 있는 사람에게 화가 나는 건 만만치 않다. 특히 요즘 도시 아파트촌에서는 밤이 되어도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기는커녕 집집이 틀어둔 에어컨 실외기가 큰 소리로 더운 바람을 내뿜고 있으니, 결국 모두가 옆집을 탓하며 꼼짝없이 창을 닫고 냉방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 전기료까지 걱정하며 자린고비 굴비 보듯 냉방을 하던 중에 한전이 지난해 1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고 2조원이 넘는 액수를 주주들에게 현금배당했다고 하니 전기요금 누진제는 졸지에 공중의 적이 되어 버렸다.

물론 전기요금 부과 체계의 문제점이 논란이 된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나치게 가파르고 복잡하게 설계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문제점이나 가정용 전기에 비해서 지나치게 싼값으로 책정된 있는 산업용 전기 가격의 문제는 계속해서 문제가 되어 왔던 사안들이다. 누진제를 통해서 전기 절약을 유도한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전기사용을 절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더 큰 낭비를 만들어내는 문제나, 심지어 원가를 보전하지 못할 정도로 값싼 한국의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내 공단에 진출한 해외기업 사례는 이미 알려진 사실들이다.

하지만 올해 유독 논란이 커진 것은 전기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이 부당한 요금체계를 통해 공기업이라고 보기에는 과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분노와 함께, 여름철 가정용 전기 수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냉방이 더 이상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에 가깝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여름만 유난스러울 뿐 내년은 이렇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를 너무 많이 듣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 염천에 있는 에어컨도 마음대로 못 트느냐는 분노가 들끓고, 여야가 합심해서 누진제 개편을 못 하면 최소한 한시적 감면 혜택이라도 실시할 모양이다. 실제로 도시에서 전기가 끊긴 상황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가 여럿 있을 정도로 이제 전기라는 게 그저 안 쓰기만도 어려워졌고, 또 상태가 불량한 주택일수록 에너지 효율도 낮은 경우가 많아 냉난방을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들기도 하니 에너지의 합리적인 가격 정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아무리 폭염에 진이 빠졌다고 한들, 전기요금 조정으로 끝내는 것은 책임 있는 시민들의 대응은 아니다. 우선 장기적으로는 전기에 덜 의존하면서 사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차피 당분간 피하기 어려운 ‘아파트살이’라면 도시에 더 많은 녹지를 만들어서 열섬 현상을 줄이고, 이웃에 피해를 덜 주는 방식으로 냉방을 하고 실외기를 배치할 방법을 찾는 것 같은 작은 노력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유발되는 미세먼지의 주원인이 차량운행과 함께 수도권의 화력발전소였음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모두가 전기의 소비자 가격만이 아니라 전기 생산의 과정과 그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교수ㆍ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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