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해외사이트 비교해 보니

BBC웨더 등 어제 소나기로 예보
실제는 기상청 ‘가끔 구름’ 맞춰
기상청 불신, 해외 사이트 찾지만
“예보는 확률 영역… 맹신은 금물”

경기 평택시에 사는 주부 한모(34)씨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한다. 한 살배기 아기가 유독 더위에 민감한 터라 폭염이 심하면 실내 온도를 조절하거나, 계획했던 외출을 미뤄야 하기 때문. 그런데 한씨가 날씨 정보를 얻는 곳은 한국 기상청이 아닌 미국의 기상업체 ‘아큐웨더’ 애플리케이션이다. 2년 전부터 해외 서비스를 이용 중인 한씨는 “지난 장마 때도 기상청보다 비 소식을 잘 맞췄다”며 “시간 단위로 정보가 새로 반영돼 시시때때 확인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30)씨도 “날이 흐려 우산을 갖고 나갈지 고민될 때면 기상청과 해외사이트를 비교하는데 기상청이 정확했던 적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날씨를 우리나라 기상청이 아니라 해외 기상예보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는 ‘한국 기상청보다 적중률 높은 해외 기상예보 사이트’ 정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장마철 예보가 번번히 틀리는 등 기상 오보에 대한 사람들의 오랜 경험이 쌓이고 쌓여 기상청이 신뢰를 잃은 탓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대안으로 여기는 해외 사이트의 예보는 정말 기상청보다 더 정확할까. 10일 예보를 기준으로 기상학계가 세계 3대 기상국가로 꼽는 영국 미국 일본의 기상업체와 기상청을 비교해봤다.

전날 영국의 BBC웨더와 우리나라 기상청은 서울의 10일 낮 최고기온을 34도로 예상했다. 미국의 아큐웨더는 이보다 낮은 33.3도, 일본의 텐키는 30도로 내다봤다. 전반적인 날씨(개황)는 영ㆍ미ㆍ일 모두 “오후 한때 소나기가 내린다”고 한 반면, 기상청은 “가끔 구름이 많다”고 했다. 이날 실제 날씨는 낮 최고기온이 34.8도를 기록했고, 오후 들어 구름이 잠깐 꼈을 뿐 소나기는 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기상청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마 막바지였던 지난달 28일로 돌아가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시간마다 예보를 제공하는 BBC웨더와 기상청의 다음날(29일) 예보를 비교한 결과, 기상청은 서울지역에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마전선에 의한 비가 온다고 했고, BBC는 오후 3시~다음날 새벽 비 소식을 예상했다. 이날 비는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내렸다. 오전 날씨는 BBC가, 밤에는 기상청 예보가 빗나간 셈이다. 기상청의 예상 강수량(5~30㎜)은 실제 내린 비(58㎜)의 절반 수준에 그쳤는데, BBC는 따로 강수량을 예보하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다.

예보 정확도를 제대로 비교하려면 보다 장기적인 통계가 필요하지만, 구조적으로 봤을 때 해외 예보가 기상청보다 정확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영ㆍ미ㆍ일 모두 해외 지역의 날씨를 예보할 때 일종의 기후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수치예보모델’에 해당 지역의 관측 값을 대입하고, 예상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확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 받는 영국의 수치예보모델을 한국 기상청도 사용하기 때문에 영국이 맞고 한국이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상학이 발달한 영국과 일본도 우리처럼 바다를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과 좁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예보가 틀릴 때가 많다”며 “선진국의 기상 정보가 보다 정확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각 지역 특성에 따라 기후가 상이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 예보는 자국이 제일 잘 한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내 예보가 나갈 때는 영국 모델에다 한국의 지형적 특성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정확도가 더 떨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손병주 한국기상학회장은 “예보라는 행위가 기본적으로 확률의 영역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맹신보다는 하나의 참고 자료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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