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KBS ‘뉴스9’가 보도한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와의 인터뷰. 방송화면 캡처

“쪽팔려요.” 상스럽게 들릴 수 있으나 ‘(속되게)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란 의미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린 말이니 그대로 옮긴다. 9일 KBS 메인뉴스인 ‘뉴스9’가 새누리당 새 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의원과의 인터뷰를 내보내자 나온 KBS 소속 A기자의 일성이었다.

KBS는 이날 사전 녹화된 3분 가량의 이 대표 인터뷰를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방송했다. 공영방송이 집권여당의 신임 대표란 상징성 큰 인물을 인터뷰한 것 자체가 문제될 건 없다. 다른 지상파 MBC SBS도 메인뉴스 첫 꼭지로 이 대표의 당선 소식을 전했고 종합편성채널 JTBC, TV조선, 채널A도 이 대표 인터뷰를 메인뉴스에 내보냈다.

하지만 그 주체가 KBS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6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 대표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사실이 육성으로 공개됐을 때, 철저히 침묵한 곳이 KBS였기 때문이다.

A기자를 포함해 KBS 기자들이 기수별 성명을 통해 “KBS는 우리 얼굴에 튄 더러운 침을 닦아내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을 때도 KBS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뿐인가. 보도국의 침묵을 비판한 기고문을 썼다는 이유로 정연욱 기자를 하루아침에 제주로 인사 발령하고,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뒷감당은 당연하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더 할 말을 잃게 된다. 당선 소감,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 등 뻔히 예상 가능하고 그의 지지자들이나 흡족해 할 질문과 답변으로 채워졌다.

반면 JTBC는 골수 친박으로 알려진 이 대표에게 “대통령과의 의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가” “청와대의 복심이란 표현을 자타가 하는데 당청관계는 어떻게 갈 것인가” 등 상대적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보수적 정치색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 온 TV조선조차도 “나를 대통령의 내시라고 불러도 부인하지 않겠다” “나 같은 쓰레기를 탈탈 털어서 청와대 수석을 시키고 배려했다” 등 과거 이 대표의 발언을 들며 당청관계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해 그를 난감하게 했다. 국민들은 공영방송보다 오히려 종편이 전하는 뉴스를 보며 속 시원함을 경험했을 것이다.

KBS ‘뉴스9’ 앵커는 인터뷰가 끝난 뒤 “이정현 대표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고 거듭 정중히 인사했다. 그 마지막 멘트가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지금도 통상적인 청와대의 전화를 받는 게 아니라면 KBS는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뉴스로 전해야 한다”던 KBS 기자들의 목소리가 철저하게 묵살돼 왔다는 사실이 떠올라서다. 현 정권에 대한 KBS의 보도가 지금보다도 훨씬 무력해 질 것이란 우려를 떨칠 수 없어서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 대표에게 당선 소감을 묻고 축하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지켜보며 A기자가 느꼈다는 ‘쪽팔림’에 무한 공감을 보낸다. 정말, 수신료가 아깝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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