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텔 식당 사진. 여기서 3만원 이하 메뉴를 먹으려면 짜장면을 시켜야 한다는 기사는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았다.

2014년 5월 21일. 한 경제신문은 ‘국회, 정치인 낙하산 근절ㆍ김영란法 통과 앞장서길’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5일 후에도 ‘막상 심사 들어가 보니 암초 많은 김영란法’이라는 사설을 통해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김영란법과 피케티가 국가 개조 핵심이다’ ‘김영란법, 집중심의로 조속히 제정하라’ 등 외부 필자의 칼럼도 잇따라 실렸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올해 5월 10일에는 정반대 취지의 사설이 나왔다. “김영란법, 부패는 못 막고 소비만 위축시킬 우려 크다”는 제목이다. 같은 날 실린 ‘30,000원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김영란법 시행령이 “내수 경기 위축은 물론이고 모든 인간관계까지 얼어붙게 해 한국 경제를 ‘겨울왕국’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종합일간지가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이라는 기사를 낸 것이 이틀 후이다.

지난달 말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합헌 결정을 내리자 이 경제신문은 1면 톱에 “김영란법은 한국 언론에 대한 모욕”이라는 주필 명의의 글을 실었다.

김영란법에 대한 이 신문의 입장이 불과 2년 만에 “국가 개조의 핵심”에서 “내수 경기와 모든 인간관계까지 얼어붙게 할” 악법으로 변화한 원인은 아마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이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법에 민간인인 언론인까지 포함돼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법적 논란이 있다. 나 역시 ▦공적 영역이 아닌 민간 영역에까지 법이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점 ▦실제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 ▦배우자가 보고하지 않은 것까지 처벌하는 점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언론을 포함하는 데 대해 여론이 찬성 일색이고 이것이 합헌 결정까지 이어진 점에 대해서는 언론계가 먼저 깊이 반성하는 것이 맞다. 대부분 사람은 공무원뿐 아니라 언론계에도 뿌리 뽑아야 할 부정적 관행이 존재하며 그것이 아직도 자정 노력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어 법제화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오히려 “호텔에서 3만원짜리 메뉴는 짜장면뿐”이라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기사를 내놓으니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 호텔에서 5만원짜리 식사를 하더라도 각자 계산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김영란법이다. 취재 상대방이 값싼 식당에서 만나기를 꺼린다면 업무시간에 약속하고 찾아가 취재하면 된다. 이제 비싼 밥 먹고 술 먹어야만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전통적 관행에서 탈피할 때도 됐다.

그런데 독자에게 공감이 아니라 분노를 살 것이 뻔한 기사를 쓰면서까지 김영란법을 공격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한 밥값 이상의 배경이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정상적인 판매나 광고 영업행위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이뤄지는 한국 언론의 ‘먹고사니즘’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론이다.

칼럼 머리에서 인용했던 경제신문의 2년 전 사설은 다음과 같이 국회를 질타했다. “국회가 9개월째 김영란법을 내팽개치고 있는 것은 이 법 제5조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된 탓이다. 한마디로 제 밥그릇 뺏길까, 민원ㆍ청탁ㆍ유착 꿀단지가 깨질까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국회의원’을 ‘언론’으로 바꾸면 어떤가. 떳떳한가.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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