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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 가난한 청춘에 희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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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 가난한 청춘에 희망 고문

입력
2016.08.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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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줬다”“환수해야”…

市, 청년 2831명 선정 통장 송금

정부 “즉각 사업 중단” 시정 명령

정부 오늘 직권으로 취소하면

市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할 듯

“강의 수강 계획까지 세웠는데…”

수혜자들 사업 불투명에 난감

청년단체 회원 및 서울시 청년수당 대상자들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시행 중단 명령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청년단체 회원 및 서울시 청년수당 대상자들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시행 중단 명령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서울시가 정부 반대에도 3일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대상자 2,800여명을 선정하고 1인당 50만원씩 첫 활동비를 지급했다. 보건복지부는 즉각 시에 사업 중단을 명령하고 미이행 땐 4일 직권으로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예고했다. 양측의 극한 대립으로 사업 존속 여부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지급된 수당의 환수 문제 등을 두고 애꿎은 청년들만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날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 2,831명을 확정, 약정된 수당(6개월간 300만원) 첫 달치를 송금했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대로 3,000명을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 중 약정서에 동의하지 않거나 취업을 한 경우, 계좌번호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청년수당은 서울시가 시내 거주 미취업 청년(만 19~29세)의 구직 및 창업 활동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이날 조치는 전날 박원순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수당 지급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정부 협조를 요청했다가 거부 당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수당 지급 사실을 발표한 직후 “수당 지급 대상자 결정을 즉시 취소하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시정명령 이행 결과를 4일 오전 9시까지 보고하도록 하고 불응 땐 즉시 사업 취소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의 직권취소 처분을 따라야 하는 터라 청년수당 지급은 중단된다. 복지부는 “정부가 동의하지 않은 사업을 법에 정해진 조정 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시행하는 것은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이라며 “특히 서울시가 협의 때 제시했던 카드 형태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한 것은 어려운 청년들의 환심을 사려는 포퓰리즘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복지부가 사업 시행안에 구두합의 해놓고 말을 바꿨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현금으로 수당을 지급한 데에는 “대상자에게 지출 증빙자료를 받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복지부가 청년수당 사업을 직권취소할 경우 법령에 의거, 15일 이내 대법원에 제소하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낸다는 방침이다.

강완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ENG카메라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장이 청년활동지원사업 대상자 결정 처분을 즉시 취소하고 시정명령 이행 결과를 4일 오전 9시까지 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뉴시스
강완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ENG카메라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장이 청년활동지원사업 대상자 결정 처분을 즉시 취소하고 시정명령 이행 결과를 4일 오전 9시까지 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뉴시스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면서 수혜 대상자들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정부의 직권취소 조치 이후 수당 환수 여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날 “사업이 취소되면 해당 법률행위는 원천무효가 되고 이미 지급된 수당은 부당이득이 된다”며 “서울시가 당연히 환수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설령 수당 지급 행위가 위법하더라도 서울시가 책임을 져야 할 사항이지, 수당을 받은 청년들에겐 귀책사유가 없다”며 환수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만약 서울시의 가처분신청이 인용돼 수당 지급이 재개됐다가 본안 소송에서 서울시가 패할 경우 환수 문제를 둘러싼 후폭풍은 더욱 클 전망이다.

청년층의 불만도 표면화하고 있다. 영상 제작자를 지망하는 수혜자 박향진(27)씨는 “수당 신청 당시에도 서울시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긴 했지만 이런 사태로 번질 줄은 몰랐다”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수당 지급이 취소되면 강의 수강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등 11개 청년단체는 이날 정진엽 복지부 장관의 서울 집무실이 있는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앞에서 복지부의 시정명령 취소를 요구하며 시위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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