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더힙합] 3. '라임 폭격기'라 불리는 사나이

[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힙합 가수 피타입은 Mnet '쇼미더머니 4'에서 빠른 탈락으로 평가 절하 되기도 했으나 언더그라운드에선 밀도 있는 라임 구성으로 실력을 인정 받는 MC다. 브랜뉴뮤직 홈페이지

지난해 방영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의 1차 오디션 현장. 갑자기 장내가 술렁였다. 1세대 래퍼로 15년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해온 MC 피타입(38·본명 강진필)이 참가자로 등장했기 때문. 당시 심사위원이던 남성그룹 블락비의 지코는 "피타입을 심사한다는 사실만으로 욕을 많이 먹었다"고 그의 실력을 치켜세웠다.

결과는 어땠을까. 2차 오디션에서 두 차례나 가사를 잊은 피타입은 랩을 다 마치기도 전에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쇼미더머니'는 내가 심판하겠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탈락은 민망했다. 안타까운 실수로 온라인 상에서 뒷얘기가 많았지만, 피타입은 시즌 5에 재도전하지 않았다.

1. 가수에서 광고 기획자, 다시 가수로

피타입의 '쇼미더머니' 탈락이 왜 힙합 팬들 사이에서 충격을 안겼던 것일까. 그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한국형 라임의 정석'으로 불리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MC다. 대부분 1세대 래퍼들이 그렇듯, 피타입 역시 PC통신으로 힙합을 시작했다. 1990년대 나우누리의 흑인음악 동호회 SNP 출신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한 그는 같은 동호회 출신이었던 가수 버벌진트, 데프콘 등과 작업을 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2004년에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을 발표해 공식적인 데뷔는 비교적 늦은 편이다. 1집 '헤비 베이스'(Heavy Bass)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로 개인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공사장 막노동 등 가욋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YG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던 2NE1 멤버들을 만나 1년 동안 랩을 가르치기도 했다.

2008년 발매한 2집까지 수익을 거두는 데 실패하면서 빚이 생겼다. 피타입은 힙합계를 떠나 작은 광고 회사에 취직해 5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생계 때문에 음악을 쉬었지만, 진짜 꿈을 버리긴 어려웠나 보다. 2012년 가리온이 소속된 불한당 크루와 교류하면서 피타입은 다시 힙합계에 복귀했다. 그는 2013년 복귀 앨범인 3집 '랩' 이후 매해 꾸준히 곡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가수 거미가 피처링한 싱글 '게으르으게'를 공개했다.

힙합 가수 피타입은 Mnet '쇼미더머니 4'에서 빠른 탈락으로 평가 절하 되기도 했으나 언더그라운드에선 밀도 있는 라임 구성으로 실력을 인정 받는 MC다. 브랜뉴뮤직 홈페이지
2. 개똥 철학? 음악 소신? '잡종 문화' 발언 논란

피타입은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출신으로 아이큐 지수 200에 달하는 멘사코리아 회원이기도 하다. 그의 지적 능력과 철학적 성향은 음악을 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평소 힙합 문화의 본질에 대한 고민도 깊었는데, 2008년 자신의 SNS를 통해 "폭력적인 잡종 문화, 그것이 바로 힙합이라 생각한다"며 "더 이상은 그런 폭력적인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폭탄선언 이후 피타입은 졸지에 '힙합을 버린 힙합가수'가 됐다. 글을 접한 MC 산이는 즉각 '바이 피타입'(Bye P-type)이라는 디스곡(Dis·음악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힙합 문화)을 발표했다. 힙합 팬 사이에서도 피타입이 다른 힙합가수들의 활동을 무시하고 문화를 단편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피타입이 음악을 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생각하는 힙합이 아닌 다른 장르의 힙합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그의 의도를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다음 앨범에서 재즈 힙합으로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다. 산이와 피타입은 피타입이 힙합레이블 브랜뉴뮤직에 합류하면서 화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3. 문장 끝 아닌 중간 부분을 라임으로

피타입이 한국어 라임 구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데 이견을 가진 힙합 팬은 없을 듯하다. 1990년대 대부분 힙합 가수들은 "~다" "~요" 등 우리말의 종결 어미로만 운을 살렸다. 피타입은 종결 어미가 아니라도 마디 끝에 배치된 단어를 활용해 라임을 구성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한 곡 안에 무수히 많은 라임을 찍어낼 수 있었다.

"힙합은 폭력적인 잡종 문화"라는 발언 이후 발매한 2집 '더 빈티지'(The Vintage)에서는 베이스, 기타, 섹소폰 등의 악기를 활용해 잔잔하고 편안한 재즈 힙합을 구사했다. 이후 그는 3집, 4집을 거치며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찾아갔다. 4집에는 자신이 처음 추구했던 음악 색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돈키호테2'를 실었다.

피타입의 랩 스타일은 래핑을 툭툭 끊어지게 해 리듬을 살리면서도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곡의 중심을 잡는 것이 특징이다. 정박에 라임을 가득 배치하는 그의 스타일이 빠르고 화려한 현재의 트렌드에 벗어나 '올드하다'는 평도 있으나, 피타입 음악 특유의 매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정규 1집 '돈키호테'

● 정규 2집 'Poetry sayer' 'Happy people'

● 정규 3집 '볼케이노'

● 정규 4집 '돈키호테2'

● 싱글 '게으르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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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 '광화문'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지난 시리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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