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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8시간 방치’ 유치원생, 사흘째 의식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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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8시간 방치’ 유치원생, 사흘째 의식불명

입력
2016.07.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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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치원 교사 등 3명‘업무상과실치상 혐의’불구속 입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1일 오후 전남대병원 중환자실. 이틀 전 폭염 속에 유치원 등원버스에 8시간 가까이 방치돼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A(3)군은 병상에 누워 미동도 하지 않았다. A군은 열에 장기간 노출된 탓에 뇌파가 불안정하고 간과 신장, 위 등 장기의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솔교사 등이 아이들을 하차시킨 뒤 버스 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확인만 했더라도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광주 광산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A군이 집 인근의 S유치원에 가기 위해 25인승 등원버스에 오른 것은 지난달 29일 오전 8시55분쯤. 이날 집 앞에서 엄마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A군은 버스가 도착하자 인솔교사 정모(28ㆍ여)씨의 안내에 따라 여느 때처럼 운전석 쪽 맨 뒤에서 세 번째 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맸다. 유치원은 앞서 지난달 26일 여름방학에 들어갔지만 A군은 유치원 측이 같은 달 27~29일 운영하는 종일반 돌봄교실에 참여해 왔다.

5분여 뒤 버스는 유치원에 도착했지만 어쩐 일인지 A군은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당시 버스에는 A군을 포함해 모두 9명의 원생들이 타고 있었지만 정씨는 8명만 하차시킨 뒤 버스에 홀로 남겨진 A군을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정씨는 버스 출입문 계단에 올라서서 차량 내부로 고개만 넣어 둘러본 뒤 인기척이 없자 8명의 아이들만 데리고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버스 운전기사 임모(51)씨도 정씨가 아이들을 모두 하차시켰을 것으로 믿고 유치원에서 1㎞ 가량 떨어진 아파트단지 도로변에 버스를 세워두고 자리를 떴다.

임씨는 이날 오후 4시35분쯤 버스로 되돌아와 차량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창문을 여는 등 하원 준비를 하던 중 운전석 쪽 앞에서 두 번째 좌석에 쓰러져 있는 A군을 발견했다. 밀폐된 버스 안에서 8시간 가까이 방치돼 있던 A군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당시 광주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5.3도를 기록,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31일 정씨와 임씨, 유치원장 박모(51ㆍ여)씨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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