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김후곤 대검찰청 대변인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 개혁추진단' 구성을 밝힌 후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이금로 특임검사가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오른쪽).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중국의 공안(公安)은 대체로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듯하지만 실제 조직이나 업무 측면에선 훨씬 더 크고 강력한 권력기관이다. 직제상으로 국무원 내에 공안부(部)가 있으니 행정자치부의 외청인 경찰청과는 급이 다르다. 일반적인 범죄활동 예방ㆍ단속이나 치안 유지 등에 더해 테러 예방ㆍ진압, 탈북자 체포, 호적ㆍ신분증 및 외국인 거주 관리, 출입국 사무, 소방ㆍ형무소 관리, 공공통신망 검열 및 제재, 주요 건설 프로젝트 보호 등 업무 영역도 훨씬 광범위하다.

여기에다 한국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을 가지고 있고 영장 없이 체포ㆍ구속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불심검문과 신체검사시 불응하면 바로 연행할 수 있고, 모든 매체를 대상으로 한 검열권한도 있다. 심지어는 공무집행 방해시 발포도 가능하다. 공식적으로는 확인불가라지만 일상적인 도ㆍ감청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쯤 되면 우리의 검찰ㆍ경찰ㆍ국정원의 기능과 역할을 한 데 아우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런 공안이 최근 “우리가 달라졌어요”라고 외치고 있다. 지난 27일 중국중앙(CC)TV는 공안부가 화상교육을 통해 일선 공안의 현장 업무와 관련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중이라고 보도했다. 사복근무자의 신분증 제시 의무화, 영상 촬영을 통한 증거 확보, 법 집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경우 집회 참가자의 현장 촬영 방해 금지 등이 그 내용이다. 공안부 고위관계자는 “렌즈에 노출된 상태에서 투명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사실 중국 공안의 변신 노력에는 이유가 있다. 최근 들어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의 논란 때문에 현장 요원들이 처벌을 받는 일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환경운동가인 레이양(雷洋)의 사망 사건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베이징(北京) 공안국은 “성매매 단속 현장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결박당한 외상 때문에 가혹행위 의혹이 일었고 그가 무자비하게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SNS)를 중심으로 민심이 들끓었다.

결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 공안당국의 자의적인 법 집행을 질타했고, 레이양의 연행ㆍ조사에 관여한 공안 2명이 구속됐다. 이는 공권력 집행 결과 때문에 공안이 공개적으로 처벌받은 첫 사례였다. 한달여 뒤엔 광둥(廣東)성에서 신분증을 휴대하지 않은 여성들을 강제연행하던 공안들이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고 성희롱을 하는 영상이 공개된 뒤 정직 처분을 받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공안의 ‘온건모드’에 대해 SNS 상에서는 코웃음을 치는 분위기다. 웨이보(微博) 등에선 “쇼하고 있다”는 식의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베이징대 교수는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SNS를 통한 소통이 일반화되면서 이에 호응하는 정도의 변화는 있겠지만 기능과 역할을 분산시켜 상호견제토록 하지 않는 한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서의 본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때마침 국내에선 검찰 개혁으로 시끄럽다. 진경준 검사장이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된 사상 초유의 검사장 구속 사태에 이어 사정당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비리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직전에는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고, 30대 평검사가 부장검사의 폭언ㆍ폭행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검찰은 또 다시 고개를 숙인 뒤 슬그머니 ‘셀프 개혁’ 카드를 꺼내드는 모양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김현웅 법무장관), “마음 깊이 죄송”(김수남 검찰총장) 운운하더니 검찰개혁추진단을 꾸려 조직문화ㆍ제도ㆍ의식개혁을 하겠단다. 필요 없는 수고일 것 같아 일일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스폰서ㆍ그랜저 검사 사태나 김학의 전 법무차관ㆍ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파문 때도 비슷했을 것이다.

그럼 이번엔 다를까. 이번엔 믿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이 제 살을 스스로 깎는 일은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 형집행권을 독점한 ‘절대 사법권력’인 검찰 스스로 “극소수 절대권력자 외엔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고 여기는 게 현실 아닌가. 차라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절대불가를 외치면 그나마 솔직하다는 생각은 들 것 같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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