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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영화로 한국에 대해 배우기

입력
2016.07.2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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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머릿속에 두 가지 질문이 생겼다. 첫 번째 질문은 “내가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몇 편이나 봤을까”이다. 한국영화를 전문 보도하는 저널리스트로서 되도록 한국영화를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 보통 한 해에 새로운 한국영화 80~90편을 보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두 편을 꼬박꼬박 보는 셈이다. 가끔 오래전에 제작된 고전 한국영화를 찾아서 보기도 한다.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영화저널리스트로 일한 15년 동안 총 1,000편 정도의 한국영화를 본 것 같다.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과 관계가 있다. “1,000편은커녕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면 한국에 대한 이해가 지금과 얼마나 달랐을까?” 서울에서 오래 살았고, 뉴스도 보고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한국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도 읽는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많이 배우기 때문에 한국 영화를 안 봤더라도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1,000편의 영화들을 보지 못했다면, 그 과정에서 보고 느낀 많은 이미지와 감동, 이야기들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영화는 내가 한국에 대해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지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영화는 단지 재미만 주는 것만이 아니라 아주 훌륭한 교육이었다.

평소 우리들은 영화가 오락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다. 영화를 상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면 다른 비즈니스처럼 돈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의 보고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 장소나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가끔 어떤 특별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우리랑 아주 다르게 사는 사람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세상은 실제가 아니다. 상황은 모두 픽션이고 캐릭터들은 모두 만들어진 허구이다. 영화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면 아마도 허상을 배울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것을 무조건 믿으면 안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상황이 진짜가 아니더라도 실제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영화에 나오는 감정이나 생각들은 모두 진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 탈북자를 만나서 같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물론 뉴스 등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생활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 전규환 감독의 ‘댄스타운’ 아니면 안판식 감독의 ‘국경의 남쪽’ 같은 영화를 본다면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진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실재 인물은 아니지만, 감독들이 실재 인물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힘들게 사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보면서 탈북자가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공감할 수 있다.

독립영화는 특히 한국사회에 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시선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를 많이 보면 한국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고전영화를 보면 역사책을 보는 것만큼 흥미롭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현대사회에 중요한 이슈들을 자세하고 깊게 설명해주고 있다.

외국사람 입장에서는 ‘굿바이 싱글’ 같은 대중영화를 봐도 한국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임신에 대한 개념이 미국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대중영화는 가끔 판타지로 만들지만 이를 통해 한국사람이 어떤 판타지를 가졌는지 배울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한국영화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많이 다르지만 그만큼 중요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달시 파켓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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