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톡 2030] 운동도 스마트하게 '홈트레이닝'

유튜브 동영상 보며 근력운동
SNS에 운동일지ㆍ식단 기록
몸매 사진 올려 바디 체크도
“퇴근 후 무기력하게만 지내다
자신 아끼고 도전하는 삶 얻어”

‘운동하는 직장인’.

회사원 김규린(25)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한 줄 소개말이다. 김씨는 퇴근 후 집에서 매일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한다. 일단 유튜브에 접속해 ‘마일리 사일러스 운동법’으로 유명한 미국의 유명 트레이너 레베카 루이즈의 복근과 하체 운동 동영상을 재생한다. 30분 가량 이 동영상을 따라 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양쪽 팔과 발을 땅에 닿게 한 뒤 몸을 단련하는 ‘플랭크’로 복근과 팔 운동을 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토막 동영상을 보면서 그때 그때 필요한 부위의 근력 운동을 더 한다. 최근에는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서길 반복하는 ‘스쿼트’와 당나귀가 뒷발질하는 모양새의 ‘덩키킥’ 등 엉덩이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근력 운동을 한 다음에는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유산소 운동도 해준다. ‘강하나 하체 스트레칭’ 동영상을 따라하면서 지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매일 운동하는 김씨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몸을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이른바 ‘눈보디’(체지방 검사인 ‘인보디’를 하듯 사진으로 몸을 찍어 눈으로 검사한다는 의미) 용이다. 해이해질 때마다 자극제로 삼기 위해서다.

‘운동하는 직장인’ 김규린씨는 운동 전후로 수시로 ‘눈보디’ 사진(오른쪽)을 찍어 몸 상태를 확인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운동하지 않던 3년 전 사진과 비교를 하면서 운동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김씨 제공

지난해 한 달 간 필라테스(동양의 요가와 서양의 양생법을 접목한 신체단련운동)를 배우러 다녔던 김씨는 잦은 야근으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홈트’(홈트레이닝)로 전향했다. 처음에는 요가매트 하나로 맨몸운동부터 시작했다. 이제는 아령, 케틀벨(주전자 고리 형태의 손잡이를 가진 무거운 물체), 실내자전거 등 운동도구와 기구를 하나 둘씩 사들이기 시작해 나름 체계적으로 혼자 몸을 만들고 있다. 김씨는 “운동을 시작한 후 잔병치레가 덜하고, 무엇보다 옷을 입을 때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가장 좋다”며 “나 혼자 시작한 방구석 홈트가 내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니라 내 안의 나뿐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홈트족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튜브 운동 동영상. 트레이너 레베카 루이즈의 ‘마일리 사일러스 하체 운동’(왼쪽)과 강하나의 하체 스트레칭 동영상 캡처.

운동하는 2030이 대세다. 따로 헬스장을 다닐 시간도, 돈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2030 가운데 집에서 운동을 하는 ‘홈트족’이 늘고 있다. 수십 만원을 들이지 않고도 인터넷 동영상 속 트레이너를 따라 하고, SNS에 운동일지를 기록하는 스마트한 운동법이 젊은 세대에게 자리잡고 있다. 실제 제일기획이 지난해 운동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20대와 30대가 각각 45.2%, 44.6%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보다 각각 14.8%포인트, 12.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손쉽게 짧은 동영상과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는 #홈트, #운동스타그램, #운동하는여자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넘쳐난다.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고 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장을 다닌 지 18개월 된 솔(인스타그램 예명ㆍ23)씨는 “운동을 통해 다르게 살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솔씨는 “직장 스트레스가 심했고, 마음 기댈 곳도 없었다”며 “퇴근 후 집에 와서 밥 먹기 바쁘고 1년 반 동안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헬스장을 다니거나 필라테스를 끊고 싶었지만 사회초년생인만큼 돈은 아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두 달 전부터 집에서 운동 동영상을 보면서 홀로 운동을 시작했다. 척추가 곧지 않아 평소 어깨 통증이나 두통을 달고 살았던 솔씨는 홈트를 통해 ‘최상의 상태인 내 몸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30분만 해도 힘들던 운동을 딱 한 달만 해보자는 의지로 꾸준히 했다. “퇴근하면 씻을 힘도 없는데 저도 솔직히 침대에 바로 눕고 싶죠, 사람이 습관을 들이는 데는 한 달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딱 한 달만 지켜보자 했어요.” 5주쯤 지나니 매끈했던 복부에 복근이 보이기 시작하며 절로 욕심이 생겼다. 이제는 퇴근하면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두 시간은 거뜬하게 운동을 한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기록을 남긴 것도 도움이 됐다. 그는 “오늘은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일기처럼 쓰게 됐다”며 “운동 전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사진도 찍어 올리고, 그날 식단도 올리다보니 어떤 날은 글을 올리기 위해 운동을 하게 되는 날도 생겼다”고 웃었다. 비대칭에서 점차 균형을 찾아가는 몸과 나아진 두통은 덤이다. “운동을 하면서 작은 것이라도 도전할 수 있는 삶,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어요. 외적인 변화뿐 아니라 무엇보다 내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됐어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도 운동만한 게 없네요.”

‘최상의 상태인 내 몸 찾기’를 목표로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솔씨. 출처 솔씨 인스타그램 bypinetree.

30대 직장인 이가영(가명)씨는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만 14만5,000여명에 달한다. 필라테스부터 요가, 웨이트트레이닝까지 7년째 운동을 하고 있는 이씨는 운동이 곧 일상인 경지에 올라섰다. 14만명이 넘는 사람들은 그가 올린 운동 동영상과 사진에 댓글을 달면서 운동 정보를 나누고, 운동 의지도 다진다. 이씨가 홈트를 시작한 지는 1년 남짓 됐다. 그는 “체육관을 못 가는 날마다 홈트를 한다”며 “집에서는 틈나는 대로 주로 복부와 엉덩이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3번씩 홈트를 하고 동시에 매일 헬스장에 가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오전 6시 30분이면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바로 헬스장으로 가 두 시간 동안 운동을 한다. 이씨는 “홈트를 하면서 욕심이 생겼다”며 “날씬한 허리, 탄력있는 엉덩이로 볼륨감 있는 몸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홈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돼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하고 식단까지 챙기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 달만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던 운동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하면서 이씨는 지난해 머슬마니아 대회에도 나갔다.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그는 내년에도 머슬마니아 대회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2030의 운동 열풍에 홈트레이닝 용품도 덩달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마켓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집에서 손쉽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들의 2030 구매가 크게 늘었다. 요가를 할 때 자세 교정 등에 쓰는 요가 블록과 필라테스 도구인 토닝볼의 구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62%, 207% 급증했다. 실내운동기구인 승마운동기구는 467%, 유산소 운동기구인 에어보드도 382%나 판매가 늘었다. 지마켓 관계자는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집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홈트족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별한 헬스 기구를 장만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도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기구들의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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