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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유행어 사전] 증강 현실

입력
2016.07.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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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포켓몬 고’에 의해 갑자기 주목받고 있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 또는 이 기술에 의해서 창출되는 복합적인 공간 환경을 가리킨다. 증강 현실은 실제의 물리적 공간 환경으로부터 직접 만들어진 사진 동영상 지도 도면 그래픽 등과 같은 데이터나 정보 위에 다른 사물의 데이터나 가상적 이미지 등을 추가로 덧씌우는 컴퓨터 테크놀로지다. 추가된 것들이 실제 공간 환경을 보충하고 확장하고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포켓몬 고’는 증강 현실 게임일 뿐만이 아니라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한 위치 기반 게임이자 모바일 게임이며, 무엇보다 20년쯤 전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게임 ‘포켓몬(포켓몬스터)’으로부터 캐릭터와 설정을 부분적으로 가져 왔다. 개발사는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지 않다. 단지 개발사의 농간에 의해 속초 지역 등에서만 게임을 하는 게 가능하다.

여기서 농간이라고 하는 까닭은 서비스 제한과 관련된 구글 및 개발사의 해명이 부정직하기 때문이다. 왜 ‘포켓몬 고’가 속초 지역에서만 가능한가와 관련해서 유저들의 불만과 궁금증이 커지자 일부 언론에는 “구글이 만든 지도 측량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없어서”라는 기사가 떴다. 즉 정부 규제 때문에 유저들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에 대해서 국토부는 ‘포켓몬 고’ 서비스 불가는 데이터 반출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포켓몬 고’ 작동에 필요한 정보는 구글이 반출하려고 하는 정밀 데이터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서비스 불가 이유는 본디 개발사 나이앤틱이 자의적으로 나눈 서비스 권역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켓몬이고’는 다른 게임 ‘잉그레스’를 위해 만든 GPS 권역 정보에 의존한다. 나이앤틱은 ‘포켓몬 고’와 비슷한 위치 기반 모바일 증강 현실 게임인 ‘잉그레스’를 위해서, 전 세계를 각기 북부, 아메리카, 아시아 등 이렇게 크게 6개 권역으로 나누었고, 또다시 각각의 권역을 마름모꼴로 잘게 세분한 뒤 일련번호를 붙였다.

일단 크게, 한국은 아시아 권역(AS)에, 북한은 북부 권역(NR)에 속하는데, 한국을 덮은 마름모들은 ‘AS16’을, 그리고 북한을 덮은 마름모들은 ‘NR15’를 일련번호의 머리 수 자로 갖는다. 문제가 되는 속초 지역은 ‘NR15-ALPHA-12’라는 마름모꼴에 포함된다. 즉 이 마름모가 포괄하는 지역은 속초를 포함해서 휴전선 남북에 걸쳐 있다. 쉽게 말해서, 개발사는 현재로써는 AS 권역에서는 ‘포켓몬 고’가 서비스되지 않게, 반면에 NR 권역에서는 서비스가 되게 만들어 놓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정밀 데이터의 반출 문제에 관한 한 ‘포켓몬 고’가 속초에서만 가능한 것은 구글이 한국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또 정밀 데이터 반출과 상관이 있는 거라고 가정한다면, 구글은 남한 및 북한 정부의 허락 없이 ‘NR15-ALPHA-12’ 지역의 정밀 데이터를 한반도 바깥으로 반출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만약 이 경우라고 한다면, 사드가 배치되기 전에 빨리, 북한은 북한의 안보를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구글 본사를 향해 핵미사일을 날려야 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구글과 나이앤틱은 탈세를 위해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말한다면 절세를 위해서 농간을 부렸던 셈이다. 구글이 집요하게 요구하던 데이터 반출 문제는 ‘포켓몬 고’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무엇보다도 정밀 데이터 반출은 한국의 안보와 관련되기도 하므로, 굳이 필요하다면 구글이 정밀 데이터를 위한 서버를 한국 안에 두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장사하면 되는 것이다.

증강되지 않은 현실로 돌아와서 말한다면, 미국은 북한과 중국을 정치ㆍ군사적 몬스터로 만들어 버렸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몬스터를 때려잡기 위해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사드를 왜 한국 땅에 배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없다. 결국, 속초는 성주의 도플갱어인 셈이다. 테크놀로지에 의한 한반도 분단에 관한 한, 구글과 미군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라는 한 몸체를 이루듯이 말이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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