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 16일, 도피 중이던 탈옥수 신창원이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체포돼 경찰에 압송되고 있다. 그가 입은 화려한 티셔츠는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의 범죄자들을 얘기할 때 신창원을 빼놓기 힘들다. 15세에 절도죄로 처음 소년원을, 그리고 22세에 강도치사죄로 감옥에 갇혔다. 무기수로 복역 중 탈옥했고 도피행각을 벌이다 붙잡혀 50줄에 접어든 지금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인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탈옥수’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1999년 7월 16일 오후, 서울경찰청 112 지령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죠? 여기 신창원과 비슷한 사람이 있습니다.” 신고 지역인 전남 순천경찰서는 발칵 뒤집혔다. 2년 6개월 전,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그가 교도소 화장실 쇠창살을 뜯고 도주했지만 경찰의 체포작전은 번번히 허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헬기까지 동원한 검거 작전에도 불구하고 열 세 번을 눈앞에서 사라진 그 때문에 수많은 경찰들이 옷을 벗어야만 했다.

오후 4시 50분, 가스배관공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무장 경찰들이 순천시의 한 아파트를 에워싸고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요?”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리자 경찰은 곧바로 진입을 시도했다. 도주하려던 신창원은 뒤편 베란다까지 경찰에 봉쇄되자 체념한 듯 소파에 주저앉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신창원이요”

1967년에 태어나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불우하게 성장한 그는 중학교 때 절도죄로 소년원을 다녀온 후 범죄에 빠져들었다. 학교를 중퇴하고 배달부 생활을 하던 89년, 서울 돈암동 강도치사 사건으로 철창에 갇혔고 복역 중 교도소에서 탈출해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을 벌이다 마침내 이날 검거된 것이다. 체포될 때의 알록달록한 티셔츠는 한동안 세간의 유행이 되기도 했다.

신창원은 무기징역 외에 22년 3개월의 형을 추가로 언도 받고 경북지역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모범적인 수감생활로 중졸, 고졸 검정고시까지 합격했지만 한 때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지기도 했고 최근에는 이해인 수녀가 시를 쓰고 있다는 그와의 편지 교류 소식을 TV에서 전했다. 사건 후 담당 변호사는 ‘신창원 907일의 고백’이라는 접견 기록집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머리 한번만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 속에 악마가 생겼다.

17년 전 오늘, 그가 사회와 격리됐다.

손용석 멀티미디어부장 st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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