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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산업 육성 안해도 미국은 ‘반려견 천국’

입력
2016.07.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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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거리에서는 반려인과 반려견이 산책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 뉴욕 거리에서는 반려인과 반려견이 산책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방문한 미국 뉴욕시 센트럴파크에서는 주인과 산책 나온 반려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눈에 띄었던 점은 소형견보다 중형견, 대형견 비중이 높다는 점이었다. 이 가운데는 혼종견으로 보이거나 품종을 알 수 없는 개들이 많았다. 또 품종견 가운데서는 자이언트 슈나우저, 스탠더드 푸들처럼 국내에선 보기 드문 중형견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개들은 모두 목줄을 착용하고 있었고, 입마개가 채워지기도 했다. 뉴욕에 머문 6일간 목줄을 푼 개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으며, 예쁘다며 지나가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개를 만지는 경우도 없었다.

맨해튼 중심부에서 만난 개들은 식당 야외석에서 주인과 함께 음식을 기다리거나 바나나리퍼블릭, H&M 등 의류 매장에서 상품을 고르는 주인 옆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점원도 다른 손님도 개를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 의류매장에 주인과 개가 함께 들어와 쇼핑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 의류매장에 주인과 개가 함께 들어와 쇼핑을 하고 있다.

공원이나 매장, 식당에서도 개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이니 미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있을까.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65%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개는 약 8,000만 마리, 고양이는 이보다 좀 더 많은 9,0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은 만큼 관련 산업도 발달해 지난해 600억달러(약 70조원) 시장을 형성했으며 매년 4%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반려인구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 시장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인구 2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지난해 관련 시장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반려동물 시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주 경매업을 활성화하고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등을 골자로 한 반려동물 산업 육성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반려동물 산업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경매업과 온라인 판매가 주요 성장 동력이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시장이 30배 이상 큰 미국에서는 경매장이나 펫샵으로 동물을 공급하는 강아지 공장은 1만개로 국내의 2배 수준에 그친다. 국내보다 운영기준은 까다롭고 처벌 기준도 강하다. 또 어미 개를 확인하고 분양 받을 수 있는 브리더나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미국 동물애호협회(ASPCA)에 따르면 동물보호소로부터 동물을 입양하는 비율이 29%나 된다. 온라인 판매는커녕 펫샵을 통한 동물 판매도 점차 금지하는 추세다. 동물생산업이나 판매업자 수가 많다고 해서 산업이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 금융가 월스트리트 황소 동상 옆에서 주인과 관광을 나온 반려견이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 금융가 월스트리트 황소 동상 옆에서 주인과 관광을 나온 반려견이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 반려동물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1, 2인 가구와 노령인구의 증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 등으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관련 산업 전망을 밝게 보는 것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백화점식 대책을 내놓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나서진 않는다.

미국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고 시장이 성장한 것은 단기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반려동물을 어디든 함께 데리고 다니며 가족으로 대하면서도 서로의 에티켓은 지키며, 동물 보호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을 살아 있는 생명이 아닌 돈을 버는 상품으로 본 정부의 반려동물 산업 육성안은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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