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캐릭터 성 상품화 논란

최근 출시된 게임 '서든어택2' 트레일러의 한 장면. 여성 캐릭터의 노골적인 성 상품화와 선정성으로 비판 받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젊은 여성이 아주 짧은 팬츠를 입고 성형외과 간판이 있는 거리를 지나 강남역으로 들어간다. 순간 특수부대원들이 총을 겨누지만 그녀는 화려한 동작을 포함한 사격 실력으로 이들을 모두 무력화시킨다. 배경은 어느새 전장으로 변해 총탄이 오가지만 이 와중에도 이 여성은 온갖 ‘예쁜 척’을 하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적들을 사살한다.

최근 화제인 넥슨의 ‘서든어택2’ 트레일러 내용이다. 이 트레일러 때문에 서든어택2는 여성 캐릭터를 노골적으로 성상품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서비스 시작 이후 드러난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게임 전체가 여성의 성상품화를 이윤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미녀’는 실제 게임 상에도 등장한다. ‘캐시’를 사용해 이 여성 캐릭터들을 사용하면 게임 내에서 여러 혜택이 늘어난다. 여기서 우리는 총싸움 게임에 굳이 이들이 등장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다. 게임에서 유리한 입장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이 캐릭터들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러면 화면에는 이 캐릭터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 소비를 유도하면서도 ‘눈요깃감’으로 가득 찬 게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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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것은 개발진이 이 여성 캐릭터들을 남성들이 좋아하는 전형적 형태로 만들기 위해 특히 ‘가슴’의 묘사에 최선을 다했다는 거다. 게임 중에 이 여성들의 가슴이 부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부위의 탄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캐릭터가 엎드려 사망할 경우 몸 전체가 떨리는 등의 코미디 같은 현상도 볼 수 있다.

3D 모델링으로 여성 가슴의 흔들림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을 꼽으라면 역시 일본인일 것이다. 이 나라의 게임 디자이너들은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가슴에 집착해왔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는 이 분야의 대표적 사례인데, 최근작은 가슴의 흔들림 정도를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상품화도 이쯤 되면 장인정신이다.

메탈 기어 솔리드 5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콰이어트’. 역시 거의 다 벗다시피 한 복장으로 논란이 됐다.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이 만든, 특수부대원의 잠입 액션을 소재로 하는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최신작에는 거의 옷을 입지 않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초기 이 캐릭터가 공개됐을 당시 제작자는 이런 옷차림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무분별한 성상품화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이 캐릭터가 피부로 호흡을 한다는 게 그 ‘이유’라는 점이 밝혀지고 나서는 오히려 논란이 커졌다.

성상품화에 대한 비판을 성적 엄숙주의의 요구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종의 논점일탈이다. 성상품화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적어도 여성의 노출이나 성적 매력의 강조에 정당한 맥락이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는 거다. 메탈기어 솔리드의 여성 캐릭터가 피부로 호흡을 하기 위해 옷을 벗고 다녀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격투를 잘하고 싶은 여성이라면 오히려 가슴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복장을 착용할 텐데,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남성의 페티시즘적 시선을 의식한 연출에만 집중했고 이걸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다. 그러니 비판을 받는 거다.

최근 롤플레잉 게임의 새로운 모델처럼 회자되고 있는 ‘위처’ 시리즈에는 남성인 주인공과 여성 캐릭터들의 무분별한(?) 성행위 장면이 나오지만 성상품화 논란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왜냐하면 이러한 선정적 구성이 각 캐릭터의 성격과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만화적 캐릭터 표현이 등장하는 게임을 예로 들면 ‘맥락’의 중요성은 좀 더 분명해진다. ‘오버워치’의 경우 명랑하고 활달한 여성 캐릭터가 불필요하게 엉덩이를 강조하는 포즈를 취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자 개발진이 사과를 하고 수정 조치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런 비판은 같은 게임에서 시종일관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캐릭터에게는 제기되지 않는다. 이 게임은 등장인물들이 가진 각각의 만화적 개성을 핵심 소재로 하며, 앞서의 비판은 성상품화가 바로 이 부분을 해친다는 것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과거의 선정적 묘사를 버리고 오지 탐험의 현실성을 강조한 ‘툼 레이더’. 툼 레이더 홈페이지 캡처.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아 영화화된 것으로도 잘 알려진 ‘툼 레이더’의 주인공은 큰 가슴을 강조하는 달라붙는 상의와 짧은 바지를 트레이드마크로 했으나 최근 보다 현실적 표현의 게임으로 재탄생하면서 이 디자인을 버렸다. 만화적 과장보다는 실제 오지 탐험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서든어택2에서 논란이 된 캐릭터 디자인은 전장의 느낌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게임의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 게임에서 헐벗은 여성 캐릭터들은 오로지 남성 이용자의 만족과 이들을 어떻게든 낚아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제작사의 필요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트레일러에 등장한 캐릭터의 별명이 ‘전장의 아이돌’이라고 하는데 무슨 곡절이 있기에 젊은 나이에 전쟁터에 뛰어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수중 폭파가 전문이라는 이유로 수영복을 입고 있는 캐릭터도 맥락이 없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수중에서 특수임무를 실행하는 전투요원의 경우 이런 식의 수영복은 입지 않는다. 이 게임에 수중 폭파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런 복장을 하고 있는 건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캐릭터들은 남성이 원하는 바를 모두 갖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름답고 섹시하면서도 남성의 전유물인 총기를 누구보다도 잘 다룬다. 이 캐릭터들과 대화를 하면 군대 갔다 온 얘길 해도 욕먹지 않고 이해 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여성들이 혹시 군가산점에 찬성하고 스타벅스를 가지 않는 전설 속의 그 ‘개념녀’일까?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의 게임들이 이런 논란에 자주 휘말리는 건 그 사회의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한때 우리가 부러움 섞인 눈으로 바라봤던 일본 게임 산업은 ‘갈라파고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게임계에서 ‘해외’란 ‘중국’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문화적 지체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문화산업이 앞으로 성공할 수 있겠는가?

김민하 미디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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