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의 TV 다시보기]

유재석(왼쪽)과 김구라가 진행하는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18일 방송을 끝으로 1년 3개월 만에 종방한다. SBS 제공

시작은 창대했다. 사춘기 자녀와 부모 사이의 고민을 다룬다는 뜻 깊은 기획의도가 남달랐다. 여기에 인기 상한가를 기록 중인 유재석과 김구라가 조화를 이뤘다. 큰 기대를 받으며 시작할 만했다. 하지만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동상이몽)는 방송 1년을 간신히 넘기고는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동상이몽’의 퇴장은 안타깝다. 보통사람들을 대상으로 풀어가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실패를 다시 목격하는 듯해서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라 할 수 밖에 없다.

포털사이트에서 ‘동상이몽’을 검색하면 ‘주작’이 연관 단어로 뜬다. 없는 사실을 꾸며서 만든다는 의미의 주작이 ‘동상이몽’과 한 단어처럼 묶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족 간의 고민을 풀어보자는 취지를 내건 ‘동상이몽’은 지난해 7월 유재석과 김구라가 사과하는 장면을 내보내야만 했다. 고교생 딸에게 스킨십 하려는 아빠의 사연인 ‘딸 바보’편이 문제가 됐다. 사춘기 딸의 침대에 함께 눕기도 하고 입술에 뽀뽀를 하려는 아빠의 ‘기이한’ 행동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싫다”는 표현을 분명히 하는 딸에게 무리하게 스킨십을 하려는 아빠를 이해할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이해 못할 내용의 비밀은 곧 밝혀졌다. 사연에 등장한 당사자의 언니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방송 작가들이 촬영 내내 메시지를 보내 ‘00 좀 해주세요’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아빠의 무리한 스킨십이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의 무리한 간섭과 연출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온 가족이 시청할 만한 ‘착한 예능’인 줄 알았던 ‘동상이몽’이 ‘주작 방송’이라는 오명을 쓰고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지난달에도 주작 논란이 되살아났다. 다섯 자매 중 왕따를 당한다는 사연의 ‘현대판 콩쥐’편은 온라인에선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유독 넷째 딸만 설거지와 청소, 빨래 등 가사를 전담하며 가족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는 내용이 시청자들의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아빠의 스킨십을 방송해 비난을 받은 전례가 있던 터라 ‘동상이몽’ 사연의 진위 여부가 도마에 또 올랐다.

방송계에서는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쉬운 분야로 꼽는다. 일단 섭외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고 한다. 전국민에게 신상이 공개 되니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야만 한다. 섭외에 성공하더라도 촬영 중 동선이나 행동, 말투 등을 일일이 알려주고 잡아줘야 한다. 방송 뒤 발생할 여파까지 알려줘야 하니 제작진은 큰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반면 방송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보니 제작진 입맛대로 촬영이 가능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두고 “제작진이 주인공”, “제작진이 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SBS는 2년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막을 내린 ‘짝’을 통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민낯을 드러냈다. 국내 방송의 병폐와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동상이몽’의 퇴장을 보며 보통 사람들이 등장하는 ‘진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지 다시 의구심이 들었다. 큰 기대 속에 출발한 ‘동상이몽’이 너무나도 빨리 안방에서 사라지게 된 이유는 결국 진실성 부족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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