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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시의원’ 낙인 찍힌 70대 노인, 1년 6개월 옥살이 누명 벗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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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시의원’ 낙인 찍힌 70대 노인, 1년 6개월 옥살이 누명 벗을까

입력
2016.07.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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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재판 피해에 법률지원

무죄네트워크, 1호 사건 선정

공여자의 진술로만 유죄판결

진술번복 등 위증 고소했지만

檢 “증거 불충분” 무혐의 처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뇌물 시의원’으로 낙인 찍힌 70대 노인은 그의 바람대로 눈을 감기 전에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법조인과 시민단체 인사 등으로 구성된 한국무죄네트워크는 지난 1일 전원회의를 열고 서울시의원을 지낸 백의종(74)씨 뇌물 사건을 법률적 지원이 필요한 첫 번째 사건으로 결정했다. 이 단체는 검찰의 강압ㆍ편파수사나 법원의 무성의한 재판 등으로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시민들을 돕자는 취지로 지난해 9월 출범했으며, 그 동안 인터넷 제보와 방문조사 등을 통해 사법피해 사례를 수집해왔다. 회의 참석자들은 “백씨가 부당한 검찰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하고,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오욱환 변호사가 백씨 변호를 맡기로 했다.

백씨 사건은 서울 아현3구역 재건축 조합장 출신의 유모(68)씨가 2014년 8월 백씨에게 “3,000만원을 돌려 달라”는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유씨가 이 돈에 대해 애초에는 빌려준 게 아니라 뇌물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백씨는 앞서 시의원 시절이던 2010년 11월 유씨로부터 수표 3,000만원과 현금 4,000만원, 총 7,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돼 1년 6개월 동안 수감생활 후 출소했다. 당시 유씨는 검찰과 법정에서 백씨에게 건넨 수표 3,000만원은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전달한 뇌물이었기 때문에 돌려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4,000만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3,000만원에 대해서는 유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백씨에게 뇌물수수 혐의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유씨가 법정진술을 뒤집고 백씨에게 반환소송을 낸 것이다.

백씨는 지난해 유씨의 진술번복이 명백히 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검찰에 기대할 게 없다고 체념한 백씨는 지난달 법원에서 위증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재정신청을 제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백씨가 정말로 억울해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이미 징역형을 치르고 유죄가 확정된 4,000만원 뇌물 혐의다. 유씨의 4,000만원 뇌물수수를 뒷받침하는 내용은 유씨 진술과 유씨가 ‘백40’이라고 작성한 메모뿐이었다. 증인도 없고, 자금출처와 사용처도 없었다.

유씨와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같이 했던 사람들은 “백씨가 누명을 썼다”며 검찰 수사내용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백씨가 유씨에게 빌려간 3,000만원을 제때 갚지 않자 이자까지 포함해 4,000만원을 받을 생각으로 종이에 ‘백40’이라는 메모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백씨는 실제 받은 적도 없는 4,000만원이 뇌물로 둔갑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다. 유씨는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이후 2009년 8월13일~10월14일, 2010년 2월8일~3월22일 등 두 차례나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기도 했다.

수상한 점은 또 있다. 유씨는 법정에서 백씨에게 건넸다는 4,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조합사무실 1층 상가 옆에 베니어판으로 임시창고를 만들어 뇌물로 줄 현금을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목격자 진술과 항공촬영사진, 마포구청 설명을 종합하면 주차장 옆에 창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씨는 백씨를 포함해 10명에게 5억원을 뇌물로 줬다고 기록했다는 메모에 대해서도 “실제론 대여금도 있으며, 주지 않은 돈도 있다”며 법정에서 오락가락 진술했지만, 백씨의 4,000만원 뇌물 혐의는 확정됐다.

무죄네트워크 측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백씨를 돕겠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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