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영화저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원고를 써왔다. 기사, 잡지 피처, 리뷰, 칼럼, 인터뷰 등이다.

언론에 게재되는 글은 저마다 유형이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 각각의 성격에 맞게 정보를 전해야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비슷하다. 칼럼 잘 쓰는 사람이 리뷰도 잘 쓸 수 있다. 그런데 인터뷰는 다르다. 기사, 잡지 피처, 리뷰, 칼럼을 잘 쓰더라도, 인터뷰는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좋은 인터뷰 기사를 쓴다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좋은 인터뷰 기사를 읽다 보면 아주 잘 쓴 리뷰보다 더 큰 감동을 하곤 한다.

좋은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인터뷰를 1년에 평균적으로 7, 8건 정도 한다. 영어로 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어로 할 때도 있다. 한국말로 인터뷰하는 건 아직도 어렵다. 한국말로 질문하는 것이 어색하고 나중에 인터뷰 녹음을 들어보면 내가 말한 어색한 한국어들 때문에 부끄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어색하게나마 한국말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영어로 하는 것보다 결과가 더 잘 나올 때가 있다. 물론 질문을 더 잘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질문을 하고 받은 답변은 더 풍부하고 깊이가 있어 그 사람의 성격을 더 잘 나타낼 수 있다. 영어 원어민과 영어로 인터뷰해도 그만큼 잘 나오진 않는 경우도 있다.

인터뷰 기술에는 몇 가지 패러독스가 있는 듯하다. 보통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은 똑똑하고 우아하게 깊이가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에게 재미있는 답변을 얻어내는 것이다.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을 열고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인터뷰어(질문자)가 너무 똑똑해 보이고 지나치게 깊이 있는 질문을 한다며 상대방이 긴장할 수 있다. 인터뷰어가 원하는 만큼 똑똑한 대답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때론 아주 간단한 질문이 자유롭고 흥미로운 대답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내가 한국말로 서투르게 던지는 질문이 때로는 유창한 영어로 하는 질문들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도 같은 이유다. 평소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여전히 있지만, 인터뷰에서만큼은 완벽하지 못한 한국어 실력이 오히려 도움되는 것이다.

물론 좋은 인터뷰를 하려면 그 외에 필요한 것들이 많다. 좋은 인터뷰어는 대화를 잘 이끌고, 상대방의 숨어있는 감정과 생각들을 눈치를 채고 그런 감정들이 잘 표현될 수 있게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나는 아직도 공부하며 배우고 있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잘 알려진 인터뷰가 있다. 1962년 위대한 프랑스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역시 위대한 미국 할리우드 감독 앨프레드 히치콕과 긴 인터뷰를 했다. 그 내용이 1967년 ‘히치콕-트뤼포’라는 책으로 발간됐다. 가끔 책장에서 그 책을 꺼내어 본다. 책이 너무 유명해져서 작년에 그것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정도였으며, 올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책을 볼 때마다 트뤼포만큼 좋은 인터뷰어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최근 그때 나누었던 인터뷰의 녹음을 들어본 적이 있다. 책에 적힌 아주 우아한 글과 달리 실제 인터뷰에서는 어떤 어색함이 느껴져 조금 놀라웠다.

트뤼포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래서 통역이 질문을 전달하였다. 히치콕은 답변할 때 트뤼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천천히 말을 했다. 말로는 어색한 인터뷰였지만, 아주 훌륭한 글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약간의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달시 파켓 영화평론가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