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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왜 언론사에게 돈을 줄까

입력
2016.06.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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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피드가 6월 23일 생중계했던 동영상. 거대한 풍선에 터질 때까지 바람을 넣는 내용으로 30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버즈피드는 이 같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동원해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을 제작하고 있으며, 대가로 페이스북으로부터 연 305만달러를 받는 계약을 했다. 버즈피드 페이스북 캡쳐
버즈피드가 6월 23일 생중계했던 동영상. 거대한 풍선에 터질 때까지 바람을 넣는 내용으로 30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버즈피드는 이 같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동원해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을 제작하고 있으며, 대가로 페이스북으로부터 연 305만달러를 받는 계약을 했다. 버즈피드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은 버즈피드나 뉴욕타임스에 동영상을 제작하라고 돈을 주고 있습니다.”

한 달 전 런던에서 열린 국제미디어뉴스협회(INMA) 연차 총회에서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당시 발표자가 더 이상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통해 실체가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140개 정도의 언론매체, 연예인, 스포츠선수 등과 ‘페이스북 라이브 동영상’ 제작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총 금액은 5,000만달러가 넘는다. 구체적으로 버즈피드가 가장 많은 305만달러, 뉴욕타임스가 303만달러, CNN은 250만달러를 받는다고 했다.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페이스북은 2014년부터 다른 콘텐츠에 비해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도달률을 높여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동영상을 올리도록 유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 영상을 무단으로 가져와 올린 ‘불펌(free-booting)’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끄는 일이 허다했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저작권 위반 행위를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해서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수의 영상 콘텐츠를 확보했고, 유튜브와 경쟁하는 동영상 플랫폼이 됐다.

페이스북은 올해는 라이브 동영상을 띄우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생중계 영상의 도달률을 다른 영상보다도 높이고 알림 메시지가 자동으로 발송되도록 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방송했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대화도 생중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고품질 생중계의 양을 극적으로 늘리기 힘들 것이라 본 모양이다. 생중계는 ‘펌질’같은 무비용 포스팅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직접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품질 라이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제작자와 언론사들에게 제작비를 지원해 적어도 1년 동안 충분한 수의 영상 생중계가 이뤄지도록 하자고 결정한 게 아닌가 한다.

이번 계약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페이스북이 드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대가를 지불키로 했으니 다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우 1년짜리 계약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의 140여개 매체와 극소수 연예인만 대상이어서, 세계 수많은 다른 언론사나 콘텐츠 창작자들에게는 오히려 소외감이 들 수도 있는 조치다. 페이스북이 진정으로 콘텐츠 제작을 독려하고 싶다면 일부 매체하고만 차별적인 계약을 맺지 말고, 페이스북에 콘텐츠를 올리는 제작자라면 누구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근본적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현재 모바일 광고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 열매는 페이스북과 구글 양사가 독점하고 있다. 수용자가 콘텐츠를 제작사의 사이트에서 보지 않고 플랫폼으로 몰려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 플랫폼이 콘텐츠를 활용해 벌어들인 광고 수익을 콘텐츠 제작자들과 나누도록 강제하는 것이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선 콘텐츠 제작자들이 힘을 합쳐 플랫폼을 압박해야 한다. 언론사가 그 선봉에 서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유럽 언론사들과 정부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구글을 몰아세우며 결국 2013년 ‘프랑스 언론을 위한 구글 펀드’를 만들고 2015년에는 언론사들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는 대규모 기금인 ‘디지털뉴스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킨 전례가 있다. 아직 네이버만한 영향력은 없지만 페이스북의 국내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한국 언론사들도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다.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버즈피드가 방송한 페이스북 라이브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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