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의 TV 다시보기]

18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 7’에서 개그우먼 안영미가 욕설하는 장면이 버젓이 전파를 타 논란이 됐다. tvN 방송화면 캡처

‘청개구리라도 된 것일까?’ 방송에 부적절한 언행으로 가득한 TV를 보고 있자니 드는 생각이다.

억지로 입에 구겨 넣듯 음식을 먹는 장면은 그나마 양반. 욕설을 내뱉는 장면까지 가감 없이 전파를 요즘 타고 있다. 평소에도 비속어를 많이 사용해 ‘삐’ 소리가 난무하던 tvN ‘SNL 코리아’는 결국 욕설이 방송에 나가는 것은 막지 못했다. 지난 18일 개그우먼 안영미가 “씨X”라고 욕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됐다. 생방송 중 일어난 ‘대형 사고’였다.

‘SNL 코리아’는 그간 욕설을 추측하게 하는 대사나 입 모양을 ‘삐’소리로 대체하며 성인 개그를 추구해왔다. 15세 이상 시청가로 청소년들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적절치 않은 방송 방향을 잡아왔다. 안영미의 욕설 사고가 발생한 뒤 tvN은 대사가 “쓰바”였다고 해명했다. “쓰바”는 문제없다는 식의 tvN 주장도 이해 불가다. 똑 같은 욕설 대사로 도마에 올랐던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조치였다. ‘SNL 코리아’가 제도가 지닌 허점을 악용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재미도 감동도 선사하지 못한다면 방송으로서 과연 가치가 있을까. 올해 초 설 특집으로 방송됐다가 호된 비판을 받은 KBS2 ‘본분 금메달’도 문제가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걸그룹 멤버들의 ‘본분’(비주얼 유지, 이미지 관리 등)을 확인한다는 황당한 설정에서 이들이 여러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을 보여줬다. 철봉에 매달려도 얼굴을 찡그려선 안 되고, 바퀴벌레(모형)를 봐도 추한 표정으로 놀라면 안 됐다. 방통심의위는 가차없이 품위유지 필요성, 양성평등 저해, 가학적 묘사 등을 이유로 법정재제에 해당하는 ‘주의’를 줬다.

걸그룹 멤버들이 ‘먹방’ 대결을 펼치는 JTBC ‘잘 먹는 소녀들’은 1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V앱을 통해 첫 공개됐다. 인터넷 캡처

하지만 판박이 프로그램이 ‘본분 금메달’의 뒤를 잇는다. 내달 방송 예정인 JTBC ‘잘 먹는 소녀들’로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아니나다를까 걸그룹을 데려다가 무조건 먹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5일 JTBC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V앱을 통해 소녀들의 ‘먹방’을 미리 공개했다. 이들은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앉아 예쁘게, 맛있는 척하며 묵은 김치찜, 장어구이, 양념게장 등을 먹어 치웠다. 심지어 두 명씩 대결을 치러야 했다. 시청자의 문자투표로 승자가 갈렸다. 이 방송은 자정을 넘어 무려 4시간이나 진행됐다. 가학성이 의심되는,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진행자의 성화에 아이돌은 꾸역꾸역 음식을 삼켰다. 18세인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는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방송의 ‘희생자’가 됐다. 제작진은 만 19세 이상만 방청객 신청을 받았는데, ‘밤 녹화라 10대 입장 불가능’이라는 이유를 내걸었다.

17일 방송된 KBS2 ‘어서옵SHOW’에서 개그맨 문세윤(오른쪽)이 핫도그, 아이스 콘 등을 한 입에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KBS 화면 캡처
19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물놀이를 하면서 냉면을 먹는 장면을 내보냈다. MBC 화면 캡처

12년 전 악몽을 되살리는 방송도 있다. 17일 방송된 KBS2 ‘어서옵SHOW’는 개그맨 문세윤이 나와 핫도그와 아이스 콘을 한 입에 먹는 ‘놀라운’ 재능을 선보였다. 그를 보고 김종국은 아이스 콘을, 노홍철은 파전을 한 입에 밀어 넣었다. 이튿날 비슷한 내용이 전파를 탔다.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과의 재회가 불발된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워터파크로 물놀이를 갔다가 미끄럼틀을 타며 냉면을 먹는 모습이었다. 멤버들은 하나같이 “씹을 수가 없어” “면이 삼켜지지가 않아” 라며 울상이 됐다. 2004년 KBS의 한 예능에서 빨리 떡을 삼키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한 출연자를 떠올렸다면 지나친 상상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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