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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과 ‘아가씨’의 공통분모는 칸영화제다. ‘곡성’은 지난달 제6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됐고, ‘아가씨’는 경쟁부문에 초대됐다. 상영된 부문은 달랐어도 칸영화제의 덕을 적지 않게 봤다. ‘곡성’은 국내 개봉 뒤 칸에 소개됐는데 해외에서 좋은 반응이 쏟아진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흥행 고삐를 좼다. ‘아가씨’는 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면서 국내 관객에게 호기심을 불렀다. 수상하진 못했으나 칸영화제 마켓에서 50개 가량 국가에 수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화의 대중성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12일까지 ‘곡성’을 찾은 관객은 673만2,009명이고, ‘아가씨’는 336만2,305명이 관람했다. 상영 중인 두 영화 모두 이미 흥행작이라는 수식을 얻었다. 오랜만에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혜택을 크게 본 셈이다.

영화 '아가씨'는 칸영화제 진출 후광을 등에 업고 순조로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밀양'은 주연 전도연이 칸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칸영화제 진출 효과 그 때 그 때 다르다?

최근 한국영화들에 칸영화제 진출은 흥행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칸영화제 초청이라는 경사를 맞이하고도 흥행에서는 쓴 잔을 마신 경우가 잇따랐다. 지난해의 경우 최악이라 할 만했다.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돼 화제를 모았던 전도연 김남길 주연의 ‘무뢰한’은 41만4,663명을, 서영희 김영민 주연의 ‘마돈나’는 1만8,276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된 고아성 박성웅 주연의 ‘오피스’도 44만1,208명만 극장에서 만났다. 막강한 티켓 파워를 지닌 청춘 스타를 캐스팅한 상업영화가 아니었다 해도 초라한 흥행 성적표다. 세 영화는 칸영화제 폐막 뒤로 개봉일을 잡으며 칸 효과를 기대했으나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2014년 칸영화제 진출작의 성적은 엇갈렸다.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도희야’는 10만6,658명이 관람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의 ‘표적’은 284만1,788명이 보며 칸 진출에 따른 인지도 상승 효과를 그나마 누렸다.

한때 절대적인 마케팅 도구로 여겨지던 칸영화제 진출과 수상 효과는 이젠 상대적으로만 힘을 발휘한다. 해외 유명 영화제가 남의 잔치로만 여겨지던 시절 칸영화제 초청과 수상은 관객들의 애국심과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취화선’이 2003년 감독상을 받은 뒤 흥행에 탄력을 받거나 2004년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뒤 재개봉해 많은 관객들과 만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도연에게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안겨준 ‘밀양’도 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2010년 전후로 칸영화제 효과는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영화에 따라 마케팅 효과가 널을 뛰고 있다. 칸영화제 진출과 수상의 상대성을 가장 잘 보여준 영화는 ‘시’였다. 경쟁부문에 진출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고 각본상까지 수상했으나 22만2,017명만이 이 영화를 찾았다. 이창동 감독의 전작 ‘밀양’과 대조적인 결과였다.

칸이라는 수식이 만들어내는 영화에 대한 양면적인 인상은 예전보다 강해졌다. 예술적인 영화라서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고, 칸영화제 초청 작품이기에 얻게 되는 호감도가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출연 배우와 감독의 대중성, 이야기의 상업성이 칸영화제 진출과 맞물렸을 때 칸 효과가 가장 크게 발생한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칸영화제 진출은 양날의 칼 같다”며 “감독으로서는 작품성을 인정 받아 무조건 기쁜 일이겠으나 예술영화라는 선입견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 차원에서는 고민이 생긴다”고 말했다.

영화 '괴물'은 칸영화제 상영을 마케팅에 가장 잘 활용한 작품으로 꼽힌다.
칸 마케팅의 최고 수혜자 ‘괴물’

칸영화제를 흥행 지렛대로 삼은 영화들은 여럿 있다. 우선 2010년 비평가주간에 초대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들 수 있다. 칸영화제에 소개되기 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영화는 칸에서의 반응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높였다. 관객은 16만4,450명이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다양성영화로 분류돼 상영된 영화로는 극장가를 놀라게 한 흥행 성적이었다. 주인공 김복남을 연기한 서영희도 상복을 만났다. 대한민국영화대상과 올해의영화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로 데뷔한 장철수 감독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감독으로 발탁돼 700만 관객을 동원하게 됐다.

앞에서 언급한 ‘취화선’과 ‘올드보이’ 등도 칸의 수혜자들이지만 칸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영화로는 ‘괴물’이 꼽힌다. ‘괴물’은 2006년 감독주간에 초청 받았다. 영화가 개봉하기 두 달 전쯤이었다. 칸에서의 갈채는 ‘괴물’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줄 만했다. ‘살인의 추억’으로 웰메이드 영화라는 충무로 신조어를 대변했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송강호와 박해일 배두나 등의 연기 앙상블을 담아낸 영화라는 점이 어울려 상승효과를 내며 ‘괴물’은 제작 단계부터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상영된 뒤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소식은 ‘괴물’의 완성도에 대한 인증 마크나 다름 없었다.

칸영화제 단골 초대손님인 홍상수 감독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경쟁부문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홍상수 김기덕 감독에게는 너무 먼 ‘칸 효과’

칸영화제 초청은 흥행 호재로 작용하거나 적어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칸 효과에서 한참 비켜 서있는 감독들이 있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은 칸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칸 진출에 따른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온 감독들이다.

홍상수 감독과 칸은 애증의 관계다. 홍 감독의 칸 진출사는 화려하다. 1999년 두 번째 장편영화 ‘강원도의 힘’으로, 2000년에는 ‘오! 수정’으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2004, 2005년에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극장전’으로 2년 연속 경쟁부문 레드 카펫을 밟았다.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감독주간을 찾았고, 2010년과 2011년 ‘하하하’와 ‘북촌방향’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2012년 ‘다른 나라에서’가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4년 연속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기록을 남겼다. 초청 이력만 따지면 당분간 홍 감독을 따라잡을 국내 감독은 없다.

홍 감독은 8차례나 칸을 찾았지만 2010년 ‘하하하’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은 것 외에는 수상 기록이 없다.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밀양’과 ‘시’로 경쟁부문에 초청돼 최우수여자배우상(전도연)과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 등의 성과에 비하며 칸 8회 진출 이력이 빛을 잃는다.

홍 감독은 상복도 없을 뿐 아니라 칸 진출에 따른 흥행 효과도 못 봤다. 그의 작품들이 상업성과 거리가 많이 멀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관객들로부터 유난히 야박한 대우를 받았다.

김기덕 감독도 칸의 초청장을 받은 횟수에 비해 상복은 많지 않았고 흥행 효과도 얻지 못했다. 2005년 ‘활’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되며 칸을 첫 방문했고, 2007년 ‘숨’으로 경쟁부문에 올랐으나 빈손으로 돌아왔다. 2011년 오랜 칩거를 마치고 선보인 ‘아리랑’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리랑’은 국내 정식 개봉을 하지 않았다. 극장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김 감독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김 감독은 칸보다는 베니스영화제의 사랑을 많이 받아 ‘빈 집’이 2004년 감독상을, ‘피에타’가 2012년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각각 수상했다. ‘빈 집’은 50만명 가량, ‘피에타’는 60만3,283명을 불러모으며 흥행 전선에서도 선전했다. 칸 효과는 보지 못했으나 베니스 효과는 누린 셈이다.

홍 감독과 김 감독의 영화들이 칸 효과를 크게 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 작품들의 비상업성에 있다. 영화 홍보마케팅 전문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칸영화제 초청 발표부터 현지 상영 등 3주 가량의 보도 숫자 만으로도 마케팅 효과는 엄청나다”며 “상업적인 잠재력을 지닌 영화가 칸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큰 흥행 폭발력을 얻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작은 효과에 그치게 된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진출과 수상에 따른 흥행 효과는 결국 그때그때 다른 셈이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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