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통계 조작을 통해서 덮어버리려고 하는 사회 문제를 가리킨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보건복지부는 한국 노년 세대의 빈곤 통계를 조작하려고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노후 소득을 늘리거나 사회 복지 제도를 정책적으로 마련함으로써 노년 세대 빈곤 문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 대신 통계 기준만을 바꿔 노년 빈곤율의 외형적 수치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OECD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노년 빈곤율은 49.6%로 비교 대상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는 주택 등 자산이 가구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허구적 지표를 개발하려고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노년 가구가 보유한 부동산을 억지로 현금 소득으로 환산하더라고 빈곤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재벌 기업이 설립한 어느 경제연구소는 가난한 노년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푸피’란 말을 몇 년 전 만들어낸 적이 있는데 이 말은 전혀 유포되거나 사용되지 않았다. 이 엉터리 영어 단어 ‘푸피’는 ‘우피’의 반대말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우피(woopie)는 부유한 노인(well-off older person)의 약자인데, 이미 오래전부터 쓰이던 말인 여피(yuppie)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말이며 인터넷에서도 검색된다.

가난한(poorly-off)이란 형용사가 노년 세대를 수식하고 있는, 엉터리 단어 ‘푸피’가 쓰이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푸피(poopie)가 영어 속어 내지는 유아들 용어로서는 ‘똥’을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한국 사회에서 노년 세대, 특히 가난한 노년 세대는 ‘똥’ 취급을 당하고 있다.

엉터리 단어 ‘푸피’가 쓰이지 않게 된 다른 이유를 찾자면, 가난한 노년 세대는 마케팅 차원에서 볼 때 자본가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우피가 가리키는 바의 노년 세대는 상당한 구매력을 갖춘 집단이다. 이에 반해 엉터리 단어 ‘푸피’가 가리키는 집단은 구매력이 전혀 없다.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파는 자본가들 입장에서 볼 때 굳이 주목할 필요가 없는 집단인 것이다. 따라서 그 집단을 가리키는 말을 마케팅 차원에서 굳이 만들거나 사용할 필요가 없다.

한국 사회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그 밖에도 다양한 분단들이 있다. 강남역 ‘여혐’ 살인 사건에서 명확히 드러난 젠더 사이의 분단,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지역 분단, 그리고 세대들 사이의 분단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의 용어로 표현한다면, 분할이 적절하겠지만, 남북 분단 못지않게 한국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분단으로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젊은 세대가 겪고 있는 ‘열정 페이’를 가난한 노년 세대가 이미 겪었고 동시에 지금도 겪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난한 노년 세대는 6ㆍ25를 전후해서 주로 농촌에서 태어났다. 이 분들은 먹고 살기 위해 1960년대와 70년대에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이주했다. 이분들이 땀 흘리며 일하던 젊은 시절은 한국 사회의 근대화 및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시대였다.

이 세대는 한국 자본주의 산업화의 초창기에 자신의 청춘을 바쳤지만 이 세대는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 채 늙어버렸다. 이 세대는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페이’ 자체는 아주 작았던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페이’란 소득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인정’을 함축한다. 한국 사회는 대체로 이 세대를 ‘개무시’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팟캐스트를 애용하는 반면에 이 가난한 노년 세대는 종편 방송을 즐겨본다. 젊은 세대가 SNS를 이용하면서 모바일 한 삶을 누리고 있는 데 반해서 이 세대는 유일한 보편적 노년 복지 제도인 공짜 전철을 이용해서 직접 움직인다. 구매력이 거의 없으며 인터넷 등에서도 소외된 이 가난한 노년 세대는 소위 빅 데이터로부터도 제외되고 배제된다.

노스탤지어 심리에 사로잡힌 이 세대의 상당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선호해 왔다. 박근혜 정부가 통계 조작으로 노년 세대의 빈곤을 감추려는 것은 결국 정치적 배신이며 일종의 ‘먹튀’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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