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은폐 시도에 이례적 고강도 처분

한 방사선 검사 영세 업체에 입사한 지 한 달여 밖에 안 된 20대 직원이 작업 중 방사선에 피폭됐는데도 해당 업체가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치료조차 해 주지 않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피해자는 회사로부터 최소한의 안전 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2명이 해야 할 작업을 혼자 하다 사고를 당했지만 월급조차 못 받을 것이 두려워 속앓이만 해야 했다.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와 판박이다.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경기 평택의 한 화학공장 설비공사 현장에서 방사선 비파괴 검사 작업을 하던 A업체 소속 직원 양모씨가 방사선에 피폭됐다. 양씨는 공장 배관 설비를 살피던 중 기기에서 새어 나온 방사선에 양손이 피폭됐다. A업체는 그러나 처벌과 사후 일감 축소 등이 두려워 양씨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감독 기관에 신고도 하지 않는 등 사건을 은폐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자력 관련 사업자는 방사선 장해가 발생했을 때 진료 등 규정에 따른 안전 조치를 한 뒤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원안위에 보고해야 한다. 피폭 후 양씨의 손에는 붉은 얼룩이 생기고 부어 오르다 피부가 허는 궤양 증상까지 나타났다.

묻힐 뻔한 이 사건은 양씨의 친척이 사고 발생 한달 여 뒤인 지난 1월 원안위로부터 규제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제보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안위 조사 결과, A업체는 ▦2인 1조 작업 ▦방사선 측정장비 착용 ▦직장 내 안전교육 실시 등 기본적인 법과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원안위는 지난달 2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A업체의 대표 지모씨, 방사선안전관리자 김모씨와 임모씨, 사업소장 김모씨 등 4명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피해자의 양손에 궤양 등 눈에 보이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방치한데다가 사고를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건 과징금이나 면허정지 정도로 끝나면 안될 위중한 사안이라 판단,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처분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고발장은 지난 10일 검찰에 제출됐다. 원안위가 원자력발전소가 아닌 방사선 이용 업체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제55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장면. 이날 위원들은 방사선 피폭 사고를 은폐하려 한 업체에 대해 검찰 고발이라는 고강도 처분을 의결했다. 원안위 제공

원안위는 또 추가로 드러난 A업체의 위반 사항에 대해 과징금 1억 2,000만원도 부과했다. 원안위의 한 위원은 “방사선 작업 현장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향후 제도적 보완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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