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부터 MBC 라디오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진행하던 최양락이 지난달 13일 하차했다. 그러나 그는 청취자들에게 작별인사도 전하지 못한 채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MBC 제공

무려 14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마지막 작별 인사도 남기지 못했다.

2002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14년 동안 MBC 라디오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DJ로 활약했던 개그맨 최양락(55)이 아무런 말도 없이 마이크를 내려놓은 사실이 11일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날 방송계에 따르면 최양락은 지난달 13일 “다음 주 월요일 돌아올게요”라는 멘트를 남기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자신이 떠나는 줄도 모르고 어떤 압력에 의해 프로그램을 갑작스레 그만두게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16일부터 27일까지 가수 박학기가 대타 DJ로 마이크를 잡는 동안 제작진은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박학기가 “최양락씨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신 DJ를 맡게 됐다”고 말했을 뿐이다.

최양락의 한 측근은 “최양락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차한 게 아니다”며 “MBC 라디오국으로부터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그가 애청자들에게 짧은 작별 인사조차 전하지 못한 배경이다.

개그계의 한 관계자는 “최양락이 14년 동안 진행했던 라디오를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서 식음을 전폐하고 술만 마실 정도로 괴로워했다”고도 전했다.

방송인 전현무는 불과 3년간 진행하던 MBC 라디오 ‘굿모닝 FM 전현무 입니다’를 목 건강 때문에 최근 하차하면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의 마지막 방송은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화제였다. 14년을 청취자들과 함께한 최양락의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하루 아침에 하차 통보를 받아 든 당사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애청자들과 만나며 개편과 폐지의 압박으로부터 오랜 시간을 버텨냈던 그이기에 아쉬움은 더 클 만하다. 최양락의 갑작스런 하차와 이에 따른 프로그램 폐지 과정이 불분명하고도 매끄럽지 못해 외압 등 특정한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재미있는 라디오’는 그간 시사풍자 코너를 통해 청취자들과 만났다. 최양락은 몇 년 전까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성대모사로 현실을 풍자한 ‘3김 퀴즈’를 비롯해 ‘대충토론’ ‘대통퀴즈’ 등 시사풍자 코너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시사풍자 프로그램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가운데 ‘재미있는 라디오’도 시사풍자 코너를 없앴다. 음악을 바탕으로 한 사연과 퀴즈를 다룬 코너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난 2013년에는 ‘MB님과 함께하는 대충 노래교실’ 코너를 통해 김재철 MBC 전 사장을 풍자하는 내용을 방송해 담당 PD가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MBC의 내부 사정 속에서 제작진의 교체가 이어졌지만 최양락은 14년의 세월을 버텨냈다. 하지만 DJ 최양락은 애청자들도 모르게 이유도 없이 사라졌다.

청취자들 역시 최양락의 부재를 궁금해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재미있는 라디오’에 짧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미니 메시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달 16일 청취자들은 “양락 아저씨 어디 가셨어요? 나쁜 일만 아니길 바래요. 내일은 꼭 돌아오세요” “교체된 건가요?” 등으로 최양락을 찾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튿날인 17일에도 청취자들은 “양락 형님 이틀 동안 안 오시는 것 보니 집 안에 안 좋은 일 생겼나 봐요”라며 그의 부재를 궁금해했다. 그 뒤로 27일까지 ‘미니 메시지’에는 “양락님 어디 가셨나요?” “최양락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 “양락님 보고 싶어요” “양락 형님 방송 들으러 왔는데…”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그러나 MBC는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2016 MBC 라디오 춘하계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태원의 ‘원더풀 라디오’가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후속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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