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의 TV 다시보기]

MBC ‘일밤-복면가왕’의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그룹 국가스텐의 하현우로 밝혀졌다. MBC 제공

MBC 음악예능 ‘복면가왕’에서 무려 19주 동안 9연승을 기록하며 가왕 자리를 지켰던 그룹 국카스텐의 하현우(36). 그는 지난주 015B의 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끝으로 얼굴을 공개해야만 했다. 신해철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 ‘민물장어의 꿈’을 비롯해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신중현의 ‘봄비’ 등 제목만 들어도 대단한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곡들을 불렀던 그였다. 하지만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마지막 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숨 막히는 고음 처리나 화려한 음색을 자랑하는 곡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달 잡힌 콘서트 일정 때문인지 아니면 하현우의 말마따나 ‘가왕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었던 탓인지 그는 너무도 쉽게(?) 왕좌에서 물러났다. 제대로 된 대결을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다.

더 씁쓸한 건 하현우를 넘어 가왕으로 등극한 ‘하면된다 백수탈출’의 주인공이 누가 들어도 단박에 알 수 있는 ‘소몰이 창법’(감정에 심취해 바이브레이션을 많이 가미하는 창법)의 대표 가수라는 점이다. 네티즌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수 더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떤 이들은 “더원이 아니면 손에 장을 지진다” “성을 갈겠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우리동네 음악대장으로 분장했던 하현우가 10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얼굴을 공개했다. 화면캡처

이쯤 되니 ‘복면가왕’이 아니라 MBC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나는 가수다’의 연장전이 된 듯한 느낌이다. 그간 가왕을 거쳐간 가수들만 봐도 그렇다. 4회 연속 우승한 김연우(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역시 4연승의 거미(소녀의 순정 코스모스), 5연속 우승자 차지연(여전사 캣츠걸) 등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실력이 검증된 가수들이다.

3년 전 ‘나는 가수다 3’에 나섰던 하현우도 ‘복면가왕’ 무대에 재입성한 경우다. 그런데다가 ‘하면된다 백수탈출’이 더원이라는 추정이 틀리지 않는다면 기존의 ‘나는 가수다’를 보는 것과 다를 게 없어진다. 일부 시청자들은 하현우의 하차와 더원의 등장에 “배신 당한 기분”이라며 ‘복면가왕’ 제작진에 항의성 글도 남겼다.

‘복면가왕’은 말 그대로 숨은 가왕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 음악 예능이다. 시청자는 ‘과연 누굴까?’를 상상하며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그러나 ‘복면가왕’은 점점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가수들을 줄지어 불러내고 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송이 아니다.

음악 예능 제작진들은 “막상 노래 잘하는 인재를 찾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혹시 제작진이 들인 노력 정도로는 찾기 힘들었던 게 아닌지 반문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나는 가수다’를 만든 김영희 PD는 “‘복면가왕’도 시즌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올 초 후난위성TV에 효 예능 ‘폭풍효자’를 론칭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한 그는 ‘복면가왕’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예측을 뛰어넘지 못하는 출연자들의 면면을 우려한 듯 “지상파도 시즌제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제작진이 출연을 원하는 가수나 연예인들을 앉아서 맞이할 게 아니라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나 알려지지 않은 트로트 가수 등을 직접 발벗고 찾아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KBS에서 CJ E&M으로 옮긴 나영석 PD는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가 시즌제로 가면서 능력을 더 인정받았다. 그는 작가들과 잡담처럼 나눈 말이 아이디어가 되고 줄기가 뻗어나가 프로그램에 반영된다며 “시간적 여유는 프로그램의 보약”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MBC도 ‘나는 가수다’의 복사판으로 변질되는 ‘복면가왕’에 이제는 시즌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시즌제야말로 케이블 채널에 빼앗긴 예능 패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묘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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