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색깔 있는 작은 종이를 뜻한다. 크기에 따라서 아주 작은 것은 책갈피 노릇을 하고, 조금 큰 것은 메모지로써 활용된다. 무엇인가를 잊지 않기 위해 적어 놓는 경우 책, 노트, 서류 뭉치, 벽, 문, 책상, 냉장고, 모니터, 지갑, 핸드폰 등에 붙인다. 값이 싸고 매우 ‘모바일’적이면서도 쉽게 눈에 뜨이기 때문에 애용된다. 젊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붙이는 컬러풀한 포스트잇은 기존의 집회나 시위를 부분적으로 대체해 가는 중이다.

포스트잇의 사용법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최근이다. 지금은 망해서 온라인 형태만 남은 신문 ‘인디펜던트’는 몇 달 전 포스트잇을 뭉치로부터 처음 떼어낼 때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줬다. 접착 면을 위 가로 방향으로 놓았을 때, 올바르게 때어내는 방향은 아래에서 위로의 세로 방향이 아니라 좌우 방향이라는 점이다. 그래야만 접착 면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포스트잇이 추모, 애도, 조의, 공감, 참여 등의 의사 표현을 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강남역의 ‘여혐’ 살인 사건 및 구의역의 비정규직 청년 사망 사건이 있은 다음에 많은 사람은 두 역의 출구와 스크린도어 등에 추모와 공감을 뜻하는 포스트잇을 붙였다. 노란 리본과 더불어, 포스트잇은 시민들이 특정 사건에 대해서 작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와 감정을 드러내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이는 외국의 “점령하라 운동”에서 포스트잇이 종종 사용되었던 것과도 서로 통한다.

지금은 꼰대가 된 소위 386 세대가 젊은 시절 애용하던 대자보와 비교해보면, 포스트잇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일단 대자보는 매우 크고, 흑백이고, 글자가 많고, 주장이 강하다. 또 어쨌거나 지금 와서 보면 그것은 일방통행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하고 있다. 정치 사회적 검열이 강했던 시절에 대자보는 진실을 알린다는 의의가 있었고 대자보를 붙이는 행위 자체가 크나큰 정치적 모험이었지만.

포스트잇은 싸고 가볍고 유연하고 자유로운 아날로그 모바일 미디어다. 포스트잇은 디지털 모바일 기기에 의존하는 SNS와도 다르다. 인터넷에서의 주목받는 포스팅은 대개 파워블로거만이 가능하다. 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어떤 점에서 팔로워 수에 의존하게 되어 있다. 반면에, 추모와 공감의 취지에서 자발적으로 포스트잇을 붙이는 무명의 젊은 시민들은 댓글이나 ‘좋아요’ 단추 따위에 연연하거나 그것들을 구걸하지 않는다. 포스트잇을 붙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 충분히 자기충족적이다. 또, 무엇보다도, 포스트잇을 붙이기 위해서 우리는 몸소 사건 현장에 가야만 한다.

근대까지 상당 동안은 부전지(附箋紙)가 포스트잇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개부표(改付標)라고 해서, 한 번 재가를 받은 문서의 부분을 고쳐야 할 경우 다시 재가를 받기 위하여 붙이던 누런 부전에 관한 얘기가 몇 번 나온다. 부전지의 누런색이 오늘날 포스트잇의 카나리아 빛으로 대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에 와서도 부전지는 주의, 관심, 검토, 의심 등을 위한 용도로 잊지 않기 위해 적어서 붙이면서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원래 포스트잇은 아주 강력한 접착력을 지닌 풀을 연구하다가 실수로 발명하게 되었다. 어디에나 잘 붙으면서 쉽게 떨어지며 또 그때 물질적인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닌 접착제를 이용한 컬러풀한 종이 조각이 발명된 것이다.

포스트잇은 투표용지보다 정치적, 사회적 의의가 더 크다. 투표와는 달리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다. 규격화 되어 있는 투표 용지와 다르게, 포스트잇은 크기, 형태, 색이 각각인 데다가, 그 안에 우리는 각자의 메시지, 생각, 느낌 등을 자유롭게 적어 놓을 수 있다.

이제 포스트잇을 통해서 우리는 정치ㆍ사회ㆍ정서적 의사 표현을 언제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최소한의 물리적 접착과 압력에 의존하는 종잇조각이 유연하고도 모바일한 사회적 결집 및 간결하면서도 확연한 정치적 압력을 표현하는 미디어로 전환되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정치적, 사회적 망각이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더 그러하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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