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톡2030] 도전! 국회 보좌진

●근속 연수ㆍ연봉은

-평균 5년 이상…10년도 많아

-상위보좌직 연봉은 대기업 수준

●정치권서 전문성 인정 추세

-정책 콘텐츠, 검증 쉬워지며 선거에서 표로 연결되기 시작….브레인 영입 삼고초려 하기도

●정당 이동 금지 불문율 깨져

-상임위 강화되며 당 경계 약화…SNS에 능한 젊은층 많이 찾아

S 취업 포털 사이트를 접속해 메인 검색창에 ‘국회의원실’을 치면 8건의 채용 공고가 뜬다. 채용 대상인 ‘국회 보좌진’ 직급은 공무원 4급부터 9급 인턴까지 다양하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이제 국회 보좌진도 공개 채용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 보좌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의원을 모시는 수행원의 모습에 가까웠고, 일부는 모시던 의원이 성공하면 정치권 요직을 받아 성공 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전공 경력을 발휘하면서 ‘정책 개발자’의 지위를 가진 직업인으로서 활동하는 보좌진이 늘고 있다.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2030세대가 한 번쯤은 국회 보좌진의 세계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는 이유다.

1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보좌진의 근속 연수는 16대 국회 당시 3년 4개월에서 19대 국회 5년 4개월로 38.5% 증가했다. 특히 4급 상당의 대우를 받는 보좌관은 같은 기간 4년 2개월에서 7년 5개월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5급 상당의 비서관도 3년에서 5년으로 증가했다. 보좌진의 생명력이 길어진 것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인 점을 감안하면 복수의 의원실에서 일하는 사람도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이처럼 전문성이 강화되자 신입 직원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노력도 체계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매주 세 차례 신규 보좌진을 상대로 ‘선배들의 특강’을 진행했다. 안정곤 더민주 보좌진협의회장은 “근속 연수 통계치에 정당 임명직, 국회 관련 기관 파견자 등이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보좌진 영역에서 일한 인원이 훨씬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20년 이상 보좌진 활동을 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경험 및 노하우를 전수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보좌진의 연봉은 예상보다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4급 보좌관의 평균 연봉은 7,537만원에 달하며, 5급 비서관은 6,588만원, 제일 직급이 낮은 9급 비서도 3,042만원이었다. 지난달 22일 재벌닷컴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중 자동차업종 직원들이 8,000만원대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으며, 통신업계 직원들은 6,500만원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교하면 상위 보좌직의 경우 대기업 직원들에 비해 금전적으로 뒤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계산하기에 따라, 10년 근속 시 공무원 연금이 지급되고, 학비까지 지원하는 보좌직역이 장기적 관점에선 더 안정성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근속 연수와 연봉 등 세속적 가치의 증가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보좌진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정치권의 변화된 모습이다. 19대 국회 이전에는 의원의 정치적 계파 활동을 ‘백업’하는 형태의 정무형 보좌관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개별 의원에 대한 지역 여론이 “정치권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나”로 가늠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9대 국회 이후 SNS를 통해 정책 활동 정보가 금세 알려지고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의정 활동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의원들이 정책적 사안에 대해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 바로 확인되고, 그것이 표로 연결되기 시작하자 정책 개발에 능한 보좌진을 찾는 사례가 늘어났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더민주 20대 초선 의원 등 81명이 먼저 보좌진협의회에 연락해 다른 의원실 취직을 원하는 보좌진의 상임위 활동 경력 정보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협의회는 지난달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 관련 내용을 의원들에게 메일로 제공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협의회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희망 상임위 피감기관 등에 평판 조회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또 한 초선 의원은 당선 직후 자신이 희망하는 상임위에서 ‘정부ㆍ여당 저격수’로 불리던 보좌관을 영입하기 위해 수차례 직접 찾아가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좌진의 전문성이 인정 받는 추세로 가면서 ‘정당을 바꾸는 의원실 이동은 안 된다’는 업계의 불문율마저 깨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A초선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B상임위원회 배정이 확실시되자, B상임위에서 활동했던 새누리당 의원실 소속 보좌진들이 A의원실로 대거 자리를 옮겼다. 이들이 19대에서 함께 일한 새누리당 의원 두 명은 이번 총선에서 나란히 낙선했다. 새누리당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C보좌관은 “지난달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기려던 D보좌관이 선배들의 만류로 구두계약 한 것을 파기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국회 분위기가 상임위 강화로 흐르고 있는 이상 보좌진 세계에서 당의 경계는 점점 더 허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0 세대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실제로 SNS와 소통에 능한 젊은 보좌진을 파격적으로 기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30대 보좌진들의 경우 19대에만 여야 각각 20여명씩 고용돼 비서관 이상 직급에서 활약했다. 야권에선 30대 초반에 4급 수석보좌관에 오른 경우도 있다.

야당 소속으로 12년째 국회에서 근무 중인 30대 중반의 한 보좌관은 “자신이 만든 정책이 국회를 통과해 사회를 바꾸는 모습을 확인할 때 느끼는 뿌듯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하는 시대상을 포착하는 능력만 갖췄다면 젊은 세대가 보좌진의 세계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떠나도 보좌진은 남는다.’ 여의도에서 통용되는 이 문구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취업난을 돌파해야 하는 2030세대가 새로운 ‘도전’의 시작점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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