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정의 뉴욕에서 밥 먹기]

하와이안 회덮밥 '포케'는 즉석에서 신선한 회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김신정 제공

뉴욕에서는 올 초부터 ‘포케’라는 하와이식 회무침이 붐이다. 근래 들어 포케 전문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 생기는가 하면 하와이 레스토랑은 물론 일식당 등 각종 레스토랑 메뉴에도 포케가 보인다. 피시 타코나 세비체(날 생선을 잘라 오렌지, 레몬즙 등에 재워 샐러드처럼 먹는 중남미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에서도 포케는 빠지지 않는다. 어느덧 뉴요커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은 듯하다.

원조 하와이식 포케는 한식의 회무침과 비슷하다. 큼직큼직하게 썬 생선 회를 약간의 견과류와 미역, 톳 등의 해초류와 버무려 참기름, 간장, 깨, 파 등으로 간단하게 간한 샐러드식 전채요리다. 뉴욕에서는 뭉텅뭉텅 썬 황다랑어 참치(yellowfin tuna)를 주재료로 해 간장 베이스의 간단한 양념과 채소로 버무린 다음 밥을 깔고 그 위에 포케를 얹는다. 이런 덮밥 형식의 신선한 건강식 패스트푸드로 포케가 뉴욕의 대중에게 알려진 지는 일 년도 채 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스시의 고급화를 동반한 일식의 르네상스를 경험한 뉴요커들은 이미 회나 스시 같은 날 생선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뿐 아니라 간장이나 참기름 등의 양념에도 익숙해져 있다. 여기에 작년 후반부터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오픈 한 포케점들은 깔끔한 공간에서 신선한 재료를 신속하게,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포맷으로 선보여 포케의 인기를 가속화했다. 이 포케점들은 앞서 뉴욕에서 캐주얼 레스토랑 형식으로 성공한 샌드위치나 멕시칸 타코 음식점 같이 양질의 음식을 손님의 취향에 따라 즉석에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는 일반 레스토랑보다 저렴한 가격에 포케를 선보이기에 가장 적합한 레스토랑 포맷이기도 하다.

포케는 종류에 따라 10~15달러(1만2,000~1만8,000원)로 일반 직장인에게 결코 싼 가격의 점심은 아니다. 하지만 맨해튼의 샐러드, 샌드위치 류 등 다른 런치 메뉴와 비교할 때 2~4달러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으면서 스시보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일회용 그릇을 사용하고 물과 각종 소스 이용을 셀프 서비스로 바꿔 가격을 낮춘 덕에 신선한 스시 류의 음식을 먹으려면 일식 레스토랑에 가서 비싼 식사를 해야 한다는 통념을 깼다. 대신 채소, 생선, 밥이 용기 하나에 신속하게 담겨 나오니 어디서든 먹기도 편리하다. 뉴요커들이 그동안 가장 손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점심 식사 메뉴였던 햄버거, 피자, 샌드위치 등과 비교하면 칼로리 부담도 적다. 포케의 인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성경의 ‘천둥의 아들들’에서 이름을 따온 ‘선즈 오브 썬더(Sons of Thunder)’는 뉴욕 출신 한인 교포 3세 형제가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포케 전문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기존의 황다랑어 참치, 연어, 문어 포케가 주메뉴이기는 하지만, 치킨, 베지테리언 메뉴 등을 포함해 매운 양념, 흰밥 대신 현미밥 등의 옵션을 제공한다. 원조 포케인 하와이식 회무침을 넘어 덮밥류와 토핑 옵션으로 메뉴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렇게 뉴요커의 구미에 맞춘 메뉴로 포케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메뉴를 골라가며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오리지널 포케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메뉴로 넉넉하게 점심 한끼를 챙길 수 있는 곳으로 어필하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 1월 오픈한 ‘와이즈피시 포케 (Wisefish Poke)’와 캘리포니아 주에도 체인점이 있는 ‘포케웍스 (Pokeworks)’ 등이 포케 붐을 주도하고 있다. 모두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에 위치한 이 식당들은 신속하고 맛있는 한 끼나 건강식에 관심 있는 직장인, 또는 학생들을 주고객층으로 공략한다.

신선함이 생명인 하와이식 회덮밥은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의 포맷과 접합되어 개인 취향에 맞춰 즉석에서 맛있게 만들어진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건강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시간에 쫓기는 뉴욕의 직장인들에게 큰 어필이 아닐 수 없다. 포케가 뉴욕에 대중적으로 소개된 지는 불과 1년도 안됐지만, 이 인기는 한동안 꾸준히 지속될 것 같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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