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약칭 ‘롤’)와 같은 게임에서 특정 지역을 감시하는 데 쓰는 설치형 도구이자 소모품 아이템이다. ‘롤’에서 와드는 시야를 밝혀주는 보조 스킨 아이템이며, 이를 설치하는 행위를 와딩이라고 한다. 와드는 영어로 ward이며 초성체로는 ‘ㅇㄷ’라고 표기하며, 와드를 설치하는 일을 보통 ‘와드를 박는다’고 표현한다.

와드는 3분 동안 설치된 지역 주변을 밝혀주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지나가는 적 캐릭터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롤’에서 적이 자주 숨는 덤불 지역이나 갈림길 등에 설치되는 와드는 적들의 은폐 혹은 이동을 알아채는데 도움을 준다. 반대로 자신이 매복 중인데 갑작스럽게 적이 기습했다면 해당 지역에 적의 와드가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게임에서 와드는 시야 싸움에서부터 게임의 승패까지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와드는 그 뜻이 확대되어서, 인터넷에서 댓글 등을 달면 기록이 남는 것을 이용하여, 유용한 팁이 기록된 글이나 게시물 등을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댓글을 달아둔다든가 하는 것을 와딩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롤’이 일상생활의 일부인 젊은 세대들은 무엇인가를, 또는 어떤 상황인가를 살펴보는 것을 뜻할 때도 ‘와드를 박는다’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한다.

영어 ward는 어원적으로 봐서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지킨다, 지켜본다, 보호한다, 보존한다 등의 뜻을 갖는 동사 ward다. 여기에서 상을 준다(award), 보상한다(reward)와 같은 단어가 나왔다. 다른 하나는 방향을 뜻하는 부사적 접미사 ‘-ward'다. 여기서 forward, toward 등과 같은 단어가 생겨났다. ward의 발음은 굳이 한국말로 표기하자면 ‘워~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게임 용어로서는 ‘와드’라고 발음되고 표기되는 게 관행이다.

와드는 게임 속 전쟁터에서 지형 및 안개 등과 같은 지리적, 기상학적 불확실성을 잠시 제거하고 시야를 밝히는 유용한 도구다. 불확실성에 관해서 독일의 군인이자 전략 사상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불확실한 영역이며, 전쟁의 행위가 만들어지는 사태의 4분의 3은 다소간에 큰 불확실성의 안개에 놓여 있다.” ‘롤’ 같은 게임에서 와드 스킨은 값이 결코 싸지 않으므로 조심해서 제대로 박아 넣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즐기고 있는, 실시간 전략 롤플레잉 게임에서의 일시적 소모품인 와드의 상징적 의미는 아주 흥미롭다.

게임의 마법 이야기에서 소환사는 다른 차원이나 세계에 있는 존재, 즉 악마, 정령, 몬스터 등을 불러들인다. 최근 한국 정치판에 잠시 소환되었던 몬스터를 대라고 한다면, 나로서는 당연히 반기문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어느 신문의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1위를 차지하기도 한 그는 김종필을 방문했고, 안동, 경주 등에서는 대권 행보를 보이기도 했으며, 전직 총리들을 ‘거느리고’ 만찬을 가졌다. 반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반기문이 유엔을 무의미한 조직으로 만들었으며 중요한 실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내가 반기문을 정치적 몬스터로 보는 이유는 그러한 비판들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반기문이 2017년 대선을 ‘안개’로 만드는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치고 빠지는 식의 그의 언동은 기성 정치인 뺨 칠 정도이며 그런 언동 자체가 그의 대선 출마 야심을 더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그는 현실 정치판에서의 현재적 행위자가 아니라 아직은 딴 세계인 유엔에서 일하는, 그러니까 일종의 몬스터와 같은 존재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지난번 총선에서 크게 패배한 박근혜 대통령이 ‘상설 청문회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다 반기문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궁지에 빠진 새누리당과 친박에게는 구세주 노릇을 하고 있다. 반기문을 환영하고 옹호하는 친박 정치인들의 발언을 들어 보면, 이제 ‘친박 = 친반’인 상황이 도래한 듯하다. 반기문이라는 정치적 몬스터가 제멋대로 싸돌아다니고 있는, 안개와 같은 한국 정치판 지형에 우리는 ‘와드’를 잘 박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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