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 본사 모습. 오랜 역사를 지닌 독립 저널리즘의 상징 가디언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가디언은 기사 유료화 대신 후원 회원과 네이티브 광고 스튜디오 설립 등 다양한 수익화 방법을 통해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있다. 런던=최진주기자

세계적 관광지, 금융 중심지로 유명한 영국 런던은 다양한 언론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디어 격전지다. 각국 공영방송의 벤치마킹 대상인 BBC, 독립적 지배구조와 고품질 저널리즘의 상징 가디언, 영국 신문사 중에 최대 인터넷 접속량을 자랑하는 태블로이드로 미국 야후 인수까지 넘보는 데일리메일 등 오랜 역사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언론사들이 저마다 디지털 시대 생존을 위한 혁신을 추구하는 곳이다.

20~26일 런던에서 열린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 총회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참가했다. 여기 모인 세계 각국 언론사들의 고민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 집중됐다. 프로그래머틱 광고(광고주가 수많은 온라인 광고지면 중 가장 적당한 공간을 최적의 가격으로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알고리즘이 적용된 광고 프로그램), 페이월(기사 유료화), 네이티브 광고, 후원 멤버십 등 기존에 나온 수익모델의 실제 적용 사례는 물론이고 수익 달성을 방해하는 광고차단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됐다.

뉴질랜드의 유명 언론사 네 곳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회사에 대항해 공동으로 프로그래머틱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 광고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브라질 일간지 제로 오라는 디지털 독자를 세분화해 태블릿 전용 신문을 구독하게 한 사례를 발표했다.

하지만 각 신문사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성공사례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례로 런던의 이브닝 스탠더드지는 무가지로 전환해 성공한 사례를 발표했는데 한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 ‘런던도 지하철에서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다면 무가지들이 살아남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언론사는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하나? 물론 그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돈을 벌려면 ‘독자’(audience)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측정하고 분석하며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총회에 나온 수많은 발표자들의 공통 지적이다. 페이월이든 네이티브 광고든 후원회원이든 태블릿 신문 발행이든 어떤 수익모델을 택하든지 충성도 높은 독자층이 있어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돈을 내고도 보려는 정보가 무엇인지(페이월), 서포터로서 활동할 정도로 우리 신문에 충성심을 갖는 독자는 얼마나 있는지, 네이티브 광고를 만들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독자들이 얼마나 봤고 얼마나 공유했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어야 수익도 나올 수 있다.

한국 언론사들은 과연 그들의 고객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특정 언론사는 자사 사이트 방문자들이 어떤 뉴스를 주로 보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고 있는가? 이 언론사를 위해 기꺼이 돈을 낼 준비가 된 고객층이 있는지 분석하고 있는가? 아쉽게도 현재 한국일보닷컴을 포함한 상당수 언론사가 독자 데이터 분석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포털에서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 대한 데이터는 접근조차 되지 않는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이동통신망 속도에 좌절하고 출퇴근 지하철에서 무가지나 책을 펼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통신망 속도가 한국처럼 빨라지면 영국 매체들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에게는 그런 도전이 닥치더라도 맞설 힘이 있어 보였다. 오래 전부터 독자를 알기 위해 노력해 왔고 더욱 철저한 분석을 활용해 독자와 더 밀접하게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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