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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외국인 전·현직 임원 소환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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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외국인 전·현직 임원 소환 조사한다

입력
2016.05.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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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오늘 재무담당 이사 불러

존 리 前 대표 등 순차적 소환 예정

옥시·정부의 유해성 인식 단서

보고서 조작 요청 자료도 확보

서울대 교수는 구속적부심 기각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씨유 편의점에 옥시 제품 판매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씨유 GS25 등 편의점 업체들은 옥시크린, 물먹는 하마, 데톨 등 옥시 제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하고 매장에서 모두 철수시켰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씨유 편의점에 옥시 제품 판매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씨유 GS25 등 편의점 업체들은 옥시크린, 물먹는 하마, 데톨 등 옥시 제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하고 매장에서 모두 철수시켰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외국인 전ㆍ현직 임원들을 불러 조사한다. 옥시와 정부가 제품의 유해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 옥시의 현 재무담당 이사 울리히 호스터바흐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1월 검찰이 사건 수사를 본격화한 뒤 외국인 임원 소환은 처음이다. 옥시의 전 사내 변호사 김모씨도 소환된다.

검찰 관계자는 “호스터바흐씨를 시작으로 신현우(68ㆍ수감 중) 전 대표가 물러난 2006년 이후 옥시 대표와 임원들을 차례로 부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국내에 있는 미국 국적의 존 리(48) 현 구글코리아 대표가 소환된다. 2005~2010년 옥시 대표로 재직한 리씨는 소비자 피해가 알려졌는데도 제품 수거나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출국 정지 조치가 취해진 상태다.

2010년 5월부터 2년간 대표를 맡았던 인도 출신 거라브 제인(47)씨는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이 밝혀진 이후 옥시의 책임 회피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가 대표였던 시기에 옥시가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변경하고 조모(56ㆍ수감 중) 서울대 교수 등에게 뒷돈을 주고 옥시에 유리한 내용의 실험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요청했다. 다만, 현재 옥시의 싱가포르 지사장을 맡아 해외에 있어 소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옥시 측이 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명백한 단서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가 살균제 원료를 프리벤톨R80에서 PHMG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 중이던 2000년 중반 옥시 연구소 선임연구원 최모(구속)씨가 국내 가습기 살균제 최고 전문가 노모(55)씨를 만났다. 최씨는 노씨로부터 “PHMG를 원료로 사용하려면 흡입 독성 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듣고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당시 연구소장 김모(구속)씨에게 전달했지만 옥시는 이를 무시, 흡입독성 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다. 검찰은 2월 옥시 본사와 연구소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보고서를 확보했다.

정부 역시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유독성분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에 대해 흡입독성 위험성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 또 드러났다. 2007년 7월 고용노동부는 관보에 ‘신규화학물질의 명칭, 유해ㆍ위험성 및 조치사항’을 고시하며 PGH에 대해 ‘증기가 발생하는 곳에는 배기장치 등 적절한 환기시설을 설치할 것’ ‘근로자는 호흡용 보호구 등 적절한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성인 근로자가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 산모나 어린이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됐다”며 “당시 관보만 제대로 눈 여겨 봤어도 정부는 세퓨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작업장 내 근로자 보호를 위해 물질에 대한 유해성 자료를 제출 받아 주의사항을 관보에 고시한 것으로 안다”며 “고용부로서는 PGH가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옥시 측이 조 교수에게 뒷돈을 주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요청한 자료도 확보했다. 2012년 10월 거라브 제인 당시 대표는 조 교수에게 3개월간 매달 400만원씩 지급하는 자문계약을 맺으며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무해하고 피해자들의 폐질환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을 비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된 조 교수는 이날 오후 “억울하다”며 법원에 구속의 적합 여부에 관한 심사(구속적부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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