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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은 ‘소소익선’…안전 안심 에코라이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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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은 ‘소소익선’…안전 안심 에코라이프 가이드

입력
2016.05.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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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된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팽배하다. 친환경적 삶을 위한 새로운 대안 추구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된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팽배하다. 친환경적 삶을 위한 새로운 대안 추구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결혼 4년차 맞벌이 주부인 김지영(32ㆍ가명)씨는 최근 남편과 함께 집안에 있던 옥시(Oxy) 제품들을 모조리 내다 버렸다. 주방용, 욕실용으로 분리된 전용 청소세제부터 세탁세제, 표백제, 제습제, 탈취제, 세정제, 섬유유연제까지, 추려 놓으니 한 박스가 넘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바닥을 박박 문지를 힘은 없을지언정 곰팡이 제거제, 스프레이형 세제, 락스 등을 듬뿍 뿌려 물로 헹궈내야 "청소 끝, 죄책감 끝!" 하는 기분에 속이 다 시원하던 그였다.

"유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급하고 피곤하니 광고문구가 말하는 강한 세정력에 기대고 싶은 심리가 컸던 것 같아요. 그러다 옥시 사태 전말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 세상에 내 가족 지킬 건 나밖에 없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선반은 화학세제 대신 베이킹소다, 식초, 구연산, 과탄산소다로 채웠다. 그는 "막상 써보니 베이킹소다와 식초는 욕실 찌든 때, 싱크대 기름 때도 말끔히 지워내는 데 최고더라"며 “친정엄마를 따라 클렌징 오일과 폼 클렌저 대신 콩기름과 밀가루를 이용해 세안을 해볼까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틈만 나면 친환경세제 만드는 법 등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느라 바쁘다.

아기를 위해서는 제품마다 꼼꼼하게 화학성분을 살펴봐야 하지만, 봐도 모를 때가 대부분이다.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송지 제공
아기를 위해서는 제품마다 꼼꼼하게 화학성분을 살펴봐야 하지만, 봐도 모를 때가 대부분이다.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송지 제공

화학물질, 얼마나 아십니까?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 빚은 참극이 나날의 삶에 만연한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한 적 없던 합성 화학물질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 지 이제 100년 남짓. 물티슈부터 세제, 화장품, 향수, 식기, 가공식품,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이 새로운 화학식들은 이제 사용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급증하는 아토피와 천식, 알레르기, 성조숙증 등의 원인으로 이 새로운 화학물질들을 지목해왔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렇게 끔찍한 독성물질이라면 기업과 국가가 알아서 걸러내 줄 것으로 믿었다.

이 모든 믿음을 배반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노케미족’ ‘화학포비아’라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공포가 팽배해 있다. 하지만 화학물질은 그 자체로는 죄가 없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 화학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지구 환경을 구성하는 공기, 물, 흙도 화학물질이고,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도 모두 화학물질이다. 천연물질은 화학물질에 대척되는 개념처럼 유통되고 있지만, 이 역시 화학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문제가 되는 건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화학물질 중 인체에 유해한 것들. 게다가 오랜 세월 인류가 적응해온 천연화학물질과 달리 그 유해성이 가시화하고 입증된 역사가 매우 짧다. 논란이 일 때마다 ‘기준치 이하이므로 안전하다’는 업체측의 해명만 반복되다 유야무야 넘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유해성이 확실하게 입증되기 전까지는 아직 유해하지 않다는 게 정부와 기업의 기본적 태도다.

소비자가 깐깐하게 골라 써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대안만이 남아있지만,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3만6,000여종, 4억3,250만톤에 이른다. 해마다 새로 등장하는 화학물질만도 200여종이다.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GH),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이제 그 독성이 널리 알려졌다 쳐도, 디부틸히드록시톨루엔(BHT), 퍼플루오르옥탄산염(PFOA), 프탈산에스테르 같은 복잡한 이름들을 다 외우고 있기도 어렵다. 같은 화학물질이더라도 인체의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노출됐느냐에 따라 위험성도 각기 달라진다. 보통사람들이 수많은 화학물질의 적절한 사용량과 빈도를 생활 속에서 적절히 통제하기는 실상 매우 어렵다. 안전한 것으로 완전히 판명되지 않을 때까지, 그것은 위험한 것이라는 보수적 개념이 필요한 때다.

즉석에서 물을 부어 물티슈로 만드는 건티슈. 빅베베제공
즉석에서 물을 부어 물티슈로 만드는 건티슈. 빅베베제공

물티슈 대신에 거즈나 건티슈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화학물질의 직접 흡입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페브리즈나 방향제 같은 에어졸 타입의 스프레이 제품은 공공의 적 ‘제 1호’가 됐다. 하지만 수 차례 논란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등장한 물티슈는 여전히 생필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얗고 뽀얀 티슈에서 풍기는 향긋한 냄새가 지저분한 먼지를 슥슥 닦아낼 때의 쾌감이 종결되지 않은 유해성 논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물티슈는 그간 A성분이 논란이 되면 B성분으로 대체하고 안전성을 주장하다가, B성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C성분을 사용해 논란을 피해가는 식으로 반복돼 왔다.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한 화학물질보다 독성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자 방부효과가 있는 다른 보존제 카프릴릴글라이콜을 사용하며 ‘무방부제’ 상표를 달고 나오는 식이다. 하지만 물티슈는 근본적으로 티슈 속 물이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와 살균제-말리지 않은 걸레에서 나는 냄새를 생각해 보자-가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 성분들이 바로 논란의 핵심이다. 이밖에 유화제, 계면활성제, 산도조절제, 보습제 등도 들어간다. 지난해부터 화장품으로 분류돼 식품의약안전처가 관리하는 물질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지만, ‘안전한 물티슈’ 자체가 일종의 형용모순인 셈이다. 더 안전한 물티슈를 찾아 헤매기보다 물티슈 바깥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면으로 된 거즈(일명 가제수건)를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물에 적셔 사용하는 것. 세탁이 번거롭다면 탈지면을 적절한 크기로 잘라 가지고 다니며 물에 적셔 쓰고 버리는 것도 좋다. 이것을 제품화한 건티슈도 있다. 일종의 ‘조립 물티슈’로, 물티슈와 동일한 형태의 마른 부직포에 쓸 때마다 계량컵을 이용해 정해진 양의 물을 부어 그때그때 만들어 쓰는 제품이다. 방부제 사용이 필연적인 물티슈의 태생적 한계를 깨기 위해 2008년 국내 최초로 건티슈 제품인 ‘베베티슈’를 개발한 김경태 빅베베 대표는 “화학물질이란 개별적으로 사용할 때 무해하더라도 함께 섞이면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고, 안전을 입증 받은 물질이라 하더라도 아기를 대상으로 한 검증이 아니라 면역력 약한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누구도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적어도 신생아를 대상으로는 안전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 건티슈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 물티슈 파동이 터지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티슈는 옥시 사태 이후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물티슈를 완전히 안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라도 기울이자. 입안을 닦는 데는 절대 사용해선 안 되며 생식기 등 흡수가 용이한 피부조직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화학물질 사용은 ‘소소익선’이 원칙이다.

친환경세제로 각광 받고 있는 벵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소다 3종 세트'. LG생활건강 제공
친환경세제로 각광 받고 있는 벵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소다 3종 세트'. LG생활건강 제공

합성화학세제 대신 친환경세제로

사용장소와 용도별로 종류도 많은 합성세제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소다가 ‘친환경 3종세트’로 불리며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헤매기 일쑤. 3종 제품을 판매중인 LG생활건강에 구체적인 사용법을 물었다.

먼저 베이킹소다의 활약이 돋보이는 주방. 식용으로도 쓰이는 베이킹소다는 과일이나 채소를 세척할 때 좋다. 찬물에 3큰술 섞으면 된다. 물때를 제거할 때는 구연산과 물을 부은 후, 물때 낀 부분을 베이킹소다로 문지른다. 기름때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반 컵씩 섞어 닦고, 도마를 살균할 때는 베이킹소다를 물에 풀어 15분간 끓인 후 설거지 하듯 닦으면 된다. 타서 그을음이 생긴 냄비에는 베이킹 소다를 직접 뿌린 후 젖은 스폰지로 닦으면 잘 지워진다. 행주를 삶을 때 베이킹소다와 과탄산소다를 1큰술씩 넣으면 세균이 제거되며, 배수구가 막혔을 때는 베이킹소다 1컵에 구연산 1컵을 혼합해 부은 후 거품이 생길 때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된다.

욕실에서도 베이킹소다의 위력은 상당하다. 물때가 낀 금속 샤워기는 비닐에 베이킹소다 4분의 1컵과 구연산 1컵을 넣고 샤워기 입구를 감싼 후, 한 시간 후에 물을 틀면 깨끗해진다. 양변기는 베이킹소다 반 컵을 뿌린 후 다음날 물을 흘려 보내면 된다. 화학세제가 곳곳에 묻어 있을 세탁조를 청소할 때는 미지근한 물을 세탁조 고수위까지 넣고, 과탄산나트륨 약 700~800g을 넣어 섞은 후 1~2시간 놔뒀다 탈수를 1회 실시하면 된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책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에서 섬유유연제 대신 식초를 쓸 것을 권한다. 아기기저귀 등을 빨 때 몇 방울만 떨어뜨려 주면 섬유가 부드러워진다. 표백제를 대신해서는 물 1리터에 소금 2스푼을 넣은 후 세탁기를 돌리면 되고, 와이셔츠나 티셔츠의 목과 소매의 묵은 때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1대 1로 섞어 문질러주면 말끔해진다.

무형광 순면소재로 만든 천기저귀. 살균 세탁 서비스가 제공 중이다. 송지 제공
무형광 순면소재로 만든 천기저귀. 살균 세탁 서비스가 제공 중이다. 송지 제공

천기저귀 빨기 귀찮으면 세탁서비스

아기들이 출생 직후부터 만 2년 넘도록 24시간 내내 차고 있는 일회용기저귀는 엉덩이 발진 등으로 인해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곧잘 체감케 하는 품목이다. 알갱이 하나당 체적의 300배에 달하는 액체를 흡수하는 고분자흡수체 등 수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 기저귀 사용이 대안으로 줄기차게 제시됐지만, 1983년 첫 출시 이래 일회용기저귀는 제1의 필수 육아용품에서 밀려난 적이 없다.

좋은 줄은 알지만 세탁할 엄두가 안 나 천기저귀 사용을 주저하는 엄마들을 위해 천기저귀 살균·세탁 서비스가 나와 있다. 영국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제법 보편화된 서비스로, 사회적기업 송지(www.1004mom.net)가 제공 중이다. 월 회비를 내면 주 2, 3회 가정을 방문, 업체가 직접 개발, 제작한 천기저귀를 집으로 배송해주고, 사용한 기저귀는 수거해다가 살균, 세탁해주는 서비스다. 0~3개월 신생아는 월 400장 사용에 11만원, 4~12개월 영아는 300장에 9만원, 12개월 이후는 200장에 7만원이다. 시판 일회용 기저귀가 30개들이 한 팩에 1만5,000원꼴이니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서울시가 실시하고 있는 어린이집 천기저귀 지원사업으로 월 평균 1,500명 정도의 아기들이 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실내공기를 향긋하고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향초도 유해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실내공기를 향긋하고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향초도 유해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선한 공기, 환기 외엔 답이 없다

옷이나 신발, 이불 등 섬유 제품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 쓰는 탈취제나 향긋하고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하기 사용하는 방향제는 감각의 착오를 일으키는 ‘교란제품’들이다. 공간에 존재하는 불쾌한 냄새를 좋은 향으로 잠시 뒤덮거나 신경을 둔화시켜 후각 기능을 교란할 뿐 실제 공기를 신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선 굽는 냄새로 실내가 가득하다면 창문을 활짝 열어 실내공기는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는 들여보내는 ‘교체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환기 말고 다른 방식으로는 성취가 불가능한 과제다.

게다가 방향제에 함유돼 향을 용해시키거나 오래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장시간 노출되면 어린아이의 발달 장애와 성호르몬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차량용 방향제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잡내를 잡고 분위기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향초는 공기 중 신선한 산소를 태워 없애고, 향초의 원료인 파라핀에서 벤젠 등 유해물질을 뿜어내 단시간 사용 후 환기가 필수다.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매일 환기하기가 여의치 않지만,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맞바람이 불도록 마주보는 창을 동시에 열어둔다. 요리하면서 발생하는 냄새와 연기, 그을음 등은 요리 과정에 가스레인지 위 환풍기를 돌려 공기 중에 배이지 않도록 한다.

여름의 적 모기퇴치제도 대신할 방법이 있다. 외부로 노출된 피부에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 알레르기의 주범 집먼지진드기는 계피가 천적인데, 계피와 물을 1대 9로 섞은 액체를 분무기에 넣고 뿌려주면 제거할 수 있다.

편리한 것, 손쉬운 것에 대한 우리의 선호가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을 우리의 삶 속에 들여놨다. 이제는 쾌적하고 안전한 것에 대한 우리의 감각에 전환을 가할 때다. 다소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삶 ‘에코라이프’를 추구해야 한다. 그 삶은, 하얗게 빛나는 형광표백제 사용 거즈보다 누런 면 거즈에 선뜻 손이 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참고도서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 ‘내 아이에게 대물림 되는 엄마의 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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