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부 윤태석기자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27)이 지난 4월 26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중재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좀 황당한 소식이다.

중재 신청을 낸 시점은 리우 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동아수영대회(4월 25~29일)와 겹친다.

박태환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 정지를 받은 뒤 3월 2일 징계에서 풀렸다. 하지만 ‘도핑 규정 위반으로 경기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처지였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대표 선발전에 참가했고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는 올림픽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기록까지 냈다. 그는 이후 지속적으로 체육회에 선발 규정을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일에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큰 절까지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중재 신청을 다 해놓고 벌인 퍼포먼스였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속사정은 있을 것이다.

CAS 규정에 따르면 최종결정이 나온 뒤 21일 내에 중재 신청이 가능하다. 체육회는 4월 7일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박태환 측은 “보도자료가 나온 날을 최종결정으로 봐야 한다는 법률 자문이 있었다. 기일을 맞추지 못해 나중에 중재 기회마저 잃는 것은 막아보기 위해 일단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재 신청 직후인 4월 28일 다시 CAS에 5월 24일까지 중지 요청(Request to Postpone Time Limits)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아예 중재를 철회하려 했지만 중지 요청으로도 모든 절차가 중단된다고 해서 이렇게 했다. CAS로 가는 건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했다. 체육회가 규정을 바꿔줄 거라는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노력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CAS는 12일 대한체육회에 박태환의 중재 신청 사실을 공문으로 전하면서 5일 내에 체육회 입장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박태환에게도 10일 안으로 중재 신청을 한 추가적인 이유와 구체적인 근거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측 설명과 달리 CAS는 계속 이 건을 진행해왔다고 보여 지는 대목이다.

박태환이 지난 2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박태환이 처음부터 중재 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해를 구하고 떳떳하게 법리적으로 다퉈보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었다. 중재 신청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 그 동안의 호소와 읍소, 큰 절을 했던 행동은 언론플레이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박태환은 체육회 입장 변화를 끌어내지도 못했고 언론을 이용했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그가 대중을 속였다고까지 말하기는 지나치지만 분명 솔직하지도 못했다. 복잡한 일일수록 정면 돌파로 맞서는 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정답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박태환이 너무 복잡하고 애매하게 일을 풀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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