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가 한강의 눈물을 낳고 있다. 1970년대 초 우리 경제는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전자 등 중화학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집중 육성했다. 이후 40년 동안 우리 경제는 중화학 수출산업을 토대로 경이로운 성장을 했다.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3만달러 시대를 여는 기적을 낳았다. 그러나 최근 경제의 근간인 중화학 산업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조선과 해운은 사실상 부도상태이고 철강 석유화학도 정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 실업자를 쏟아내고 있다. 또 근로소득이 줄어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와 하청업체들은 형언하기 어려운 좌절을 겪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화학 산업이 무너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라 수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사상 최장기간인 16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중화학 산업이 결정적인 타격을 받아 관련 기업들의 경영이 위기를 맞았다. 한편 중국경제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중국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술을 따라잡고 저가의 수출공세를 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수출 대기업들이 설 땅을 잃고 있다. 산업발전은 끝없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현실에 안주할 경우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 생존을 위협한다. 지난 40년 동안 같은 형태를 유지한 중화학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더욱이 중화학 산업을 이끌어 온 대기업이 경영부실의 부담을 중소업체들에 떠넘기는 불공정거래는 대기업기반과 중소기업기반의 동반추락을 초래했다.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정치권력-국책은행-대기업 사이의 보이지 않는 유착이다. 대기업의 경영이 부실화하면 실업 등의 경제불안이 크다. 따라서 집권당과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여 부실기업을 연명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보통이다. 이 정책에 따라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부실기업을 인수하거나 자금지원을 한다. 그러면 국책은행과 부실기업이 맞물려서 부실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중화학산업을 무너뜨리고 산업발전의 혁신을 막은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대우해양조선의 회사채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내린 바 있다. 이런 회사에 국책은행은 묻지마 식의 대출을 계속해주어 부채비율이 7,300%에 이른다.

경제가 긴박한 상황에 처하자 정부는 부실산업에 대한 구조조정방안을 내놓았다. 조선과 해운 등 부실이 심한 업종에 대해 근로자해고 등 관련기업들이 자구노력을 마련하면 자금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원자금은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 등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산업은 단순하게 근로자 해고나 자금지원으로 살아날 상황이 아니다. 부실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신산업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을 살려 고용창출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산업지도가 필요하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사실상 부실기업을 연명하기 위해 국민의 돈을 계속 투입하는 정책이다. 자칫하면 정부정책이 거꾸로 부실기업을 대규모로 키워 경제를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어떻게 다시 살아날 것인가. 안타깝게도 우리 경제는 죽어야 다시 산다. 첫째 정부는 경제가 구조적 붕괴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수와 합병 등 근본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과 국책은행의 부실기업 지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차제에 국책은행을 민영화하고 정치권력과 기업의 부당한 연계 고리를 끊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성장동력의 재창출을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 산업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어 창의적이고 균형적인 산업발전을 꾀해야 한다. 넷째 일자리나누기, 사회안전망 구축 등 실직자들에 대해 확실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교육과 훈련제도를 개혁하여 근로자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창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대 겸임교수ㆍ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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