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이상 자녀 출가시킨 218명
평균 1억2500만원 지출
75% “노후에 무리 갈 것” 우려
전문가 “여생 길어져 신중해야”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에 다니다 은퇴한 김수안(가명ㆍ63)씨는 4년 전 서울의 아파트(5억원)를 처분하고 경기도로 이사했다. 새로 구입한 아파트는 3억원. 서울 아파트를 팔고 남은 자금은 결혼한 아들이 집을 얻는데 보탰다. 2년 뒤에는 딸이 결혼할 때 모아 놓았던 금융자산 1억원 중 8,000만원을 지원했다. 김씨에게 남은 자산은 3억원짜리 아파트와 2,000만원 수준의 예금 정도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으로 들어오는 돈은 월 150만원 안팎. 그는 “우리 부부의 월 생활비가 200만원 정도로 예상했는데 아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손원석(가명ㆍ67)씨는 2014년 결혼을 앞둔 아들의 전세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2억원 가량을 대출받았다. 금리는 연 3%대 초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해 월 수입이 170만원 남짓인 상황에서 월 50만원씩 내는 이자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는 원금 상환이 유예되는 거치기간이 끝나고 이자와 함께 원금 상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집을 팔아 빚을 갚고 다른 곳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녀의 결혼으로 부모의 노후가 위협받고 있다. 집을 팔거나 빚을 내 자녀의 결혼 자금을 대면서 노후자금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상당수다. 실제 조사에서도 자녀들을 결혼시키면서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평균 1억3,000만원에 육박했으며, 이는 준비한 노후자금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12일 발표한 ‘자녀의 결혼, 부모의 노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2명 이상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 2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 결혼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평균 1억2,506만원(평균 자녀 수 2.2명)이었다. 이들은 이 금액이 노후자금의 55%에 달한다고 응답했다. 자녀 1인당 평균 결혼자금 지원액은 아들의 경우 9,373만원, 딸의 경우 4,167만원이었다.

자녀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온갖 방법이 동원됐다. 예ㆍ적금(93.2%ㆍ복수응답)은 기본이고, 퇴직금을 쏟아 붓고(11.2%), 주식ㆍ채권 등도 팔았다(10.6%). 연금이나 보험을 해약하거나(5.3%)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5.0%), 특히 빚을 내는 경우(12.4%)도 적지 않았다.

최근 5년 내 자녀 1명 이상 결혼시킨 부모 36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97.1%가 자녀 결혼자금을 지원했고, 이중 63.8%는 자녀 결혼비용의 40% 이상을 보탰다. 결혼비용의 80% 이상을 지원한 부모도 7명 중 1명 꼴(14.3%)이었다. 후유증은 상당하다.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 4명 중 3명(74.9%)은 “결혼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했고, 10명 중 3명(30.1%)은 “자녀 결혼 이후 정신적ㆍ경제적 후유증이 있었다”고까지 답했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녀의 결혼을 앞둔 50∼60대 부모의 경우과거보다 노후기간이 2∼3배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자녀 결혼비용 지원과 규모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