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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한국 젊은 세대에 관한 짧은 고찰

입력
2016.05.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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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정부기관에서 6명을 신규 채용하는 면접 전형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지원자는 실무면접, 임원면접, 나와 함께 한 개별 영어면접까지 총 세 번의 전형을 치러야 했다. 내게 할당된 작은 방에서 30여명과 5분씩 면담을 하고 각자의 영어 능력에 맞는 점수를 주었다(이런 종류의 일이 주 업무는 아니지만 영화평론가로서 현실적인 경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영어 능력을 평가하기에 5분이 정말 충분한 시간일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면접관은 짧은 시간 집중해야 한다. 내 역할은 지원자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그들의 외모가 호감을 주는지 얼마나 자신감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영어로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공부할 때 언어 테스트(language testing) 수업에서 어떻게 언어 면접을 시행해야 하는지 배웠다. 첫째, 누군가를 면담할 때 특정 종류의 말하기가 다른 영역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수업에서 우리는 도표 하나를 받았다. 도표에는 과녁처럼 보이는 원의 중심에 사람 한 명이 그려져 있었다. 중심의 가장 작은 원은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가리킨다. 말하기에 있어서 가장 쉬운 영역이다. 그 다음 원은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나타낸다. 자신이 흥미가 있는 분야나 아는 사람에 대한 화제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좀 더 어렵다. 가장 바깥의 원은 제일 난해한 영역을 가리킨다. 사회 문제나 가설적인 문제 해결 같은 자신과 관련 없는 추상적인 화제에 관한 말하기다.

언어 테스트 수업에서 언어 면접이 언덕에 올랐다가 다른 쪽으로 내려오는 것 같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면접관은 “어디에서 자랐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보라”처럼 가장 사적인 질문으로 시작한 뒤 지원자가 대답하기 어려워할 때까지 질문을 하다가 다시 좀 더 쉬운 질문을 한다. 지원자에게 단순히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방식보다는 이렇게 언덕을 오르내리는 면담을 해야 지원자의 의사소통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방식이 지원자들에게 충격을 덜 주길 바란다.

내가 면담한 사람들은 대부분 매우 긴장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영어를 꽤 잘했다. 한국어를 배우느라 고생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어려움을 전적으로 공감한다. 외국어로 원어민과 의사소통 하는 것도 겁먹을 일인데, 그들은 외국어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자신의 장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알면서 면접에 임하고 있었다. 한 지원자에게 장래 계획을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모든 것이 그날 면접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취직하면 결혼하고 도시로 이사하고 가족을 꾸릴 계획이지만 취직을 못 하면 계속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요즘 청년 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종종 듣는다. 뉴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걱정스러운데, 필요 이상으로 경쟁적인 사회에서 취직하느라 고생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어떤 의미에선 면접하면서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동시에 그날의 면접이 현대 한국 사회를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원자들은 장래에 성취하고 싶은 것을 내게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목표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돕거나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때로 면접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간단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어로 말하면서 진짜 감정을 숨기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그들의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동시에 그들이 앞으로 직면할 현실이 어려울 것이란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들도 자신이 세운 여러 목표 가운데 많은 부분이 달성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면서 동시에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젊은 세대의 삶과 고뇌, 장래에 대한 꿈을 잠시 들여다본 것은 달콤 쌉쌀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 경제가 나아지고 그들이 더 많은 기회를 찾기를 희망한다.

달시 파켓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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