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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칼럼] 한국경제 혁신 위한 정부ㆍ재벌 역할

입력
2016.05.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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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산업 육성보다 연구개발(R&D)을

지역 기반 금융기관 적극 지원해야

중견ㆍ중소기업의 성장과 발전 중요

한국에서 한계 산업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좀비기업 정리를 주도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

연간 3% 성장률로 국민 생활수준을 두 배로 끌어올리려면 25년이 걸린다. 연간 1% 성장률로는 70년이 걸린다. 따라서 생활수준 향상 속도를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프로세스 혁신이 유기적 장기 경제전략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정부의 역할이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정부의 역할을 꺼리지만, 그래도 정부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개발(R&D)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분야다. 일례로 인터넷은 미 국방부의 연구에서 비롯했다. 인터넷뿐만이 아니다. 스텔스 항공기나 야간투시경 역시 미 국방부의 연구를 통해 나왔다. 워싱턴의 미 국립보건원(NIH)은 뇌성마비와 다발성경화증, 암 연구를 위한 재정을 지원해 왔다. 이런 지원이 인간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줄이는 수많은 기술과 약품을 개발하고 발견하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공적 연구개발은 혁신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민간부문은 혁신 기반인 기초연구에서 비용편익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공적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반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특정 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는 거의 성공한 예가 없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합성연료와 태양에너지 사업에 별다른 성과도 없이 수백 억 달러의 보조금을 쏟아 부었다. 유럽과 아시아의 각국 정부 역시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헛되이 써왔다.

이런 식으로 예산을 낭비하느니, 정부는 모험적 사업가가 보다 원활히 혁신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돈을 써야 한다. 구체적으론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ㆍ벤처 펀드가 더 많이 설립돼야 한다. 소규모 사업을 육성하고 지도하는 프로그램도 더 많아져야 한다. 미국 중소기업청(SMA)의 경우, 소규모 사업을 지원할 컨설턴트 인력만 1만4,000명에 이른다.

정부는 또한 지역의 소규모 사업에 대한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역기반 은행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은행은 지역의 소규모 사업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 때문에 전국 규모의 시중은행보다 지역 소규모 사업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미국에는 지역의 소규모 사업체와 연계된 수천 개의 소형 은행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 은행들이 없었다면 현재 미국의 주요 혁신과 일자리 창출에 중심 역할을 하는 다수의 소규모 사업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재벌기업은 중소ㆍ중견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 대만은 기존 사업체 대비 신규 창업 소규모 사업체 비율이 20%에 달한다. 미국도 17~18%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은 5%에 불과하다. 소규모 사업의 성장은 경제 전체뿐 아니라, 적절한 수입이 있는 소비자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대기업에도 유리하다. 재벌의 소규모 사업 진입은 결코 최선의 자원 운용책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정부와 재벌기업, 소규모 기업이 협력해야 할 혁신 가능 분야는 대략 여섯 가지다. 풍력, 태양력, 바이오연료 등을 포함한 클린에너지, 전기차, 총전지, 무인자동차 기술 등을 망라한 미래 자동차 기술, 의료기술 등이 우선 꼽을 수 있는 세 가지다. 이어 금융서비스 역시 단순한 예대금리차나 국내영업 중심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익을 확대할 차세대 서비스와 글로벌영업에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

인프라 쪽에도 혁신이 요구되는 부문이 많다. 기존의 도로나 교량 건설을 벗어나 초고속 철도, 기존 가스레인지를 대체할 전기그릴, 지역 기반 웹 네트워크 등이 그것들이다. 이밖에 정보기술(IT)과 웹 분야의 혁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정부와 재벌기업이 이런 분야의 혁신을 위한 소규모 기업과의 협력에서 지나친 개입을 자제해야 함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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