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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김종인의 길, 더민주의 길

입력
2016.04.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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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총선 승리에 어리둥절

정신 들자마자 또 주도권 다툼

비상체제의 뿌리부터 되새겨야

4ㆍ13 총선 승리 후 두 야당에 추대 바람이 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당 대표로, 국민의당은 박지원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추대하자는 움직임이다. 말은 같아도 배경과 논리,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국민의당은 27일 박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했다. 그의 원내대표 추대는 말이 추대지, 투표권자인 당선자들이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어서 당내 민주주의의 절차적 요구를 충족했다. 18ㆍ19ㆍ20대 국회에서 내리 원내사령탑에 오르는 진기록만이 화제가 됐다.

이와 달리 더민주의 ‘김종인 합의추대론’은 김 대표와 주변 신진세력의 희망사항으로 끝날 모양이다. 5월3일 당선자ㆍ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아직 ‘김종인 지도체제’의 존속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어차피 당 대표와는 다른 비대위 대표라는 점에서 ‘합의추대론’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김 대표 측 희망이 합의추대에서 비대위 체제 유지로 후퇴한 것은 기본적으로 더민주 내부의 세력분포 때문이다. 따라서 김 대표 개인의 정치적 욕구 실현 여부만 중심으로 봐서는 따로 짚을 문제가 없다. 오히려 합의추대 희망이 애초에 정당 민주주의 원칙에서 벗어난, 엉뚱한 것이었다는 점만 눈에 띄기 십상이다. 당내 주도권 다툼에서는 으레 어느 일방의 패배가 예정된 것이어서 평소 같으면 그게 어느 쪽이든 눈길을 끌 수 없다.

그런데 김 대표가 겪고 있는 정치적 좌절을 단순히 개인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親盧) 세력이 ‘합의추대 불가론’의 중심에 있다. 또 처음 당헌ㆍ당규에 못박힌 절차에 위배된다는 지적까지는 보편적 합리성을 띠었지만, 그 이후 총선 승리에 대한 김 대표의 기여도를 두고까지 회의적ㆍ부정적 평가가 잇따르면서 주도권 다툼은 이념ㆍ노선 갈등의 색채가 뚜렷해졌다. 이는 김 대표 개인의 토사구팽(兎死狗烹) 차원을 넘어 총선 민의에 대한, 일러도 너무 이른 배신이다.

더민주의 총선 승리가 불완전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탈당ㆍ낙천 당선자들이 여당에 복당하는 순간 모처럼 확보한 원내 제1당 지위를 새누리당에 내줘야 한다. 전통적 텃밭인 호남 지역구 대부분을 빼앗긴 데다 정당투표에서는 3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런 불완전한 승리도 김 대표 영입 이전의 더민주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위기의 더민주를 건진 것은 김 대표의 영입과 문 전 대표의 퇴진이 예고했고, 실제로 김 대표가 가장 중점적으로 매달렸던 당 체질 개혁에 대한 유권자, 특히 중도보수층의 적극적 평가였다. 이제 와서 김 대표의 기여도에 의문을 표하고, 그의 ‘우(右) 클릭’ 행보를 일일이 견제하거나 뒤집으려는 친노 세력의 태도는 잠시 감추었던 ‘운동권 발톱’을 다시 세우는 것과 다름없다.

더민주의 체질 개선을 위한 김 대표의 노선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지형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다듬었던 ‘뉴 DJ 플랜’과 흡사하다. 당시의 민주당은 더민주에 비해 보수색채가 강했던 반면 정치지형은 지금처럼 보수로 크게 기울지 않았다. 이에 비추어 김 대표 체제 청산을 겨누고 있는 더민주 중심세력의 노선과 현실과의 괴리는 한층 커진다. 그런 노선을 관철하려 하는 한 모처럼의 호기(好機)인 내년 대통령 선거마저 놓치기 쉽다. 당내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동물적 본능은 이해해도, 총선 민의에 따르는 도덕적 충실성과 수권으로 가는 전략적 판단마저 내던져서야 될 말인가.

더민주 중심세력이 꿈꾸는 길은 김 대표의 길을 거쳐서나 갈 수 있다. 거기서 벗어나면 이내 비대위 체제를 부른 위기상황으로 되돌아갈 뿐이다. 김 대표의 길을 쓸어줄 방안도 숱하다. 전당대회를 연기해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물밑으로 사실상의 김 대표 추대 를 확정하되, 조기 전당대회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면 실질과 형식을 다 살릴 수 있다. 사전에 김 대표에 그런 절차와 결과에 대한 확신을 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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