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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메아리

입력
2016.04.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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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지요. 우물은 단물을, 심연을 품고 있지요. 예사 우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고 벌컥벌컥 물을 마셨고 가만히 물었습니다. 간절하게(천천히), 다급하게(벌컥벌컥), 내밀하게(가만히) 닿고 싶은 곳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큰 소리라서 메아리가 돌아오는 것은 아닐 거예요. 안에 들어있는 것이 울림이라서 그렇지요. 한 몸에서 나오죠. 전하고 싶은 소리와 듣고 싶은 소리. 소리가 가서 데리고 오는 소리. 몸은 사라져도 목소리로 남는 노래.

4월 22일은 최하림 시인의 기일이었어요. 어느덧 7년이 되었어요. 양평 문호리 산자락에 계실 때, 맑고 깊은 종소리 같으셨죠. 걸음걸이도 말소리도 눈빛도요. 우물에서 메아리를 길어 올렸던 시인. 최하림 선생님은 시인이 되었지만 한 편의 시도 발표하지 않은 채 세상을 놓아버린 제자의 시에 자신의 시를 잇대고 싶었던 것이지요. 제자의 시를 허공의 길로라도 오게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우리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라도……이유라도……오늘은 우리의 얼굴이 시인에게 번져가고 싶은 거예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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