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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휘날리는 로드냐, 자연 만끽하는 MTB냐

입력
2016.04.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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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쾌감·장거리엔 ‘로드’

속도 빠르지만 도로만 다니고

거친 곳도 문제 없는‘MTB’

산 가려면 체력·시간 필요

생활용은 미니벨로·하이브리드

가벼운 운동 이상은 어려워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로드 자전거 동호인들. 로드 라이딩은 질주하는 마라톤이다. 우재춘(48)씨 제공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로드 자전거 동호인들. 로드 라이딩은 질주하는 마라톤이다. 우재춘(48)씨 제공

자전거 1,400만 시대. 국민 네 명 중 한 사람은 자전거를 갖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한강 자전거도로 이용객만 1,481만명, 2007년의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깔리니 자전거 안 타면 손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자전거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좋은 자전거’만 찾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용도ㆍ운동 스타일마다 적합한 자전거가 다르기 때문. 자신이 꿈꾸는 자전거생활(라이딩)에 어떤 자전거가 맞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전거 세계의 스포츠카, 로드바이크

고속주행 쾌감을 즐기거나 장거리를 달리고 싶다면 ‘로드’가 답이다. 양머리처럼 아래로 굽은 핸들과 날렵한 몸체가 특징. 모든 부품이 고속ㆍ장거리 주행을 위해 설계돼 있다. 넓은 기어비 덕에 큰 힘 들이지 않고 언덕을 오르고, 평지에선 성인이라면 시속 30km 정도는 가볍게 낸다. 무게는 입문용 제품도 초등학생이 번쩍 들 만큼 가볍다. 로드에 몸을 싣는 순간, 경품용 자전거에 비할 수 없이 경쾌한 속도감에 놀라는 사람이 많다.

로드는 자전거 대유행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도로환경이 좋아지면서 내구성보다 속도와 세련된 디자인을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 1952년부터 자전거를 만든 삼천리의 경우, 지난해 처음 매출 비중에서 온로드(포장도로용) 부문이 MTB(산악자전거) 부문을 넘어섰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자전거 판매량에서 MTB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70%에서 지난해 29%로 떨어졌다. 대신 로드 비율은 한자릿수에서 25%로 올랐다.

로드 라이딩은 질주하는 마라톤이다. 로드 애호가들은 보다 빠르게, 보다 멀리 달리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 주말이면 동호인끼리 삼삼오오 무리 지어 장거리 라이딩에 나선다. 거리는 몸을 조금 데웠다 싶은 정도가 60~80km, 조금 멀리 가면 100km를 넘긴다. 평지만 달리면 지루하니 코스 중간에 높은 고개를 끼워 넣기도 한다. 동호인 우재춘(48)씨는 “큰 모임은 참가자가 20, 30명에 이른다”며 “서울부터 부산까지 달리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밀고 끌어주는 재미가 있다고.

무리 지어 달리는 ‘팩 라이딩’ 장면. 대열 안쪽에서 달리면 체력 소모가 훨씬 덜하다. 기러기 떼의 비행과 비슷한 원리인데 사고 위험이 커서 서로 신뢰가 필요하다. 최준엽(29)씨 제공
무리 지어 달리는 ‘팩 라이딩’ 장면. 대열 안쪽에서 달리면 체력 소모가 훨씬 덜하다. 기러기 떼의 비행과 비슷한 원리인데 사고 위험이 커서 서로 신뢰가 필요하다. 최준엽(29)씨 제공

다만 로드 라이딩은 포장도로를 벗어나지 못한다. 경주용 자동차처럼 노면 진동을 탑승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탓에 비포장 도로 라이딩은 고역이다. 멀리 가려면 자동차와 함께 달려야 한다.

초보자는 대개 강변 자전거도로에서 첫 라이딩을 시작하지만 똑같은 풍경에 금세 질리기 마련. 그때쯤 ‘도싸’ ‘자출사’ 등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는다. 지역마다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임이 꾸려져 있어 일행을 구하기 쉽다. 여기서 로드 자전거의 기본기 ‘팩 라이딩’을 배운다. 선두가 바람을 가르고, 나머지가 공기가 흩어진 틈을 파고든다. 대열 가운데서 달리면 힘을 30% 가까이 아낄 수 있다. 선두가 지쳐서 뒤로 ‘흐르면’ 많이 쉰 사람이 앞서는 것이 예의지만 햇병아리는 언제나 사역 열외다.

●못 가는 곳이 없다, 산악자전거

산이나 거친 비포장길을 탐험하려면 MTB를 타야 한다. 바퀴에 우람한 서스펜션을 달고 험로를 주파한다. 무겁지만 바위에서 뛰어내려도 멀쩡한 자전거다. 걸어 오르는 지형은 MTB도 달린다. 서스펜션이 앞바퀴에만 달린 하드테일, 뒷바퀴까지 달린 풀서스펜션으로 나뉜다. 돌을 날다시피 타 넘는 공격적 라이딩에는 풀서스펜션이 제격이지만, 하드테일로도 웬만한 도심 산은 너끈히 정복한다.

요새 중장년층이 운동하려고 찾는 MTB는 산악자전거로 공인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다. 나머지는 산에 가기에는 강도와 성능이 떨어지는 ‘유사 MTB’다. 면적이 넓은 저압 타이어를 쓰는 점, 속력 내기는 힘들어도 안정적이고 승차감이 좋은 점은 진짜 MTB와 마찬가지. 비포장도로 주행에는 부족함이 없어서 출퇴근용으로 사랑받는다.

MTB동호인 대부분은 평탄한 숲길을 즐겨 달린다. 자출사 닉네임 ‘정이아빠’ 우재춘씨가 26일 눈 쌓인 안양시 삼성산을 달리고 있다.
MTB동호인 대부분은 평탄한 숲길을 즐겨 달린다. 자출사 닉네임 ‘정이아빠’ 우재춘씨가 26일 눈 쌓인 안양시 삼성산을 달리고 있다.

대다수 MTB 소유자는 험한 산보다 평탄한 숲길과 임도를 선호한다. 자연을 유람하며 동행과 도시락을 나눠 먹는 재미가 있다. 산악회나 다름 없다. 자전거 경력 15년의 한 동호인은 “MTB는 등산객의 스틱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MTB를 산에서 타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안장 위에서 춤추듯 움직이며 장애물을 넘는다. 독학이 가능하지만 진도가 느려서 MTB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코스 난이도에 맞춰 모임에 참가하면 된다. 아침부터 둘레길을 누비다 옆길로 빠져 도전과제를 달성하는 식. 현장학습인 셈인데 고수들이 장애물 주위에 안전선을 만들어 도전을 돕는다. 아찔한 감각을 즐기는 이들은 점점 인적 없는 산속으로 파고든다.

MTB 라이딩은 산을 찾아가야 하는 탓에 시간이 많이 든다. 등산객이 붐비는 근교 산은 평일이나 주말 새벽이 아니면 꿈도 못 꾼다. 동호인끼리 돈을 모아 공용 팀차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때문에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앱을 이용한 ‘자전거 카풀’까지 생겨났다. 이때 라이딩 스타일과 자전거 성능 두 박자가 맞아야 한다.

가장 격렬한 자전거 종목인 다운힐을 즐기는 동호인 이장욱(40)씨. 걷거나 자동차로 산 정상에 오른 뒤, 내리막을 빠르게 내려오는 종목이다. 안전을 위해 인적이 끊긴 깊은 산을 찾거나, 새벽 시간을 골라 탄다.
가장 격렬한 자전거 종목인 다운힐을 즐기는 동호인 이장욱(40)씨. 걷거나 자동차로 산 정상에 오른 뒤, 내리막을 빠르게 내려오는 종목이다. 안전을 위해 인적이 끊긴 깊은 산을 찾거나, 새벽 시간을 골라 탄다.

●생활용은 미니벨로, 하이브리드가 최고

동네 산책에는 생활차나 미니벨로가 좋다. 국산 브랜드 제품은 20만원대에서 구할 수 있고, 안장과 핸들 사이를 잇는 탑튜브의 높이가 낮은 편이라 치마 입은 여성도 편하게 오르내린다. 미니벨로는 바퀴와 몸체가 작아서 도로가 좁은 시내에서 이동과 휴대가 쉽다. 접이식 미니벨로는 언제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아주 작게 접히는 고성능 제품은 택시 트렁크에도 들어간다. 다만 최저 기어비(높을수록 페달 밟는 힘이 많이 든다)가 높아서 오르막을 오를 땐 각오해야 한다.

60km 이내 중거리 여행에는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적당하다. MTB와 로드 특징을 섞은 자전거로 거칠게 말해서 내구성과 속도가 중간이다. 국내 업체들이 대량 생산하고 있어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 속도는 시내에선 로드에도 뒤지지 않는다. 기어비도 미니벨로보다 폭이 넓어 도심의 웬만한 언덕은 쉽게 오른다.

어떤 자전거를 타도 페달 밟는 즐거움은 한결 같다. 목적지에 도달하고 자기를 극복하는 성취감이 있다. 최근 로드를 타고 무박2일 380km를 달리는 대회를 완주한 정봉원씨는 이렇게 말한다. “스치는 풍경을 보며 멀리 달리면 잡념이 사라져요. 그리고 마침내 종착지에 닿는 순간 느끼는 환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죠.”

김민호 기자 kimon8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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